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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 경제 호전…물가·환율 하향 안정"


지난해 5월 북한 함흥 인근 통봉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북한 함흥 인근 통봉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농업과 경공업 부문 생산이 다소 늘어나고, 화폐개혁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물가와 환율도 하향 안정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북한의 경제 상황이 전년보다 호전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산업연구원은 ‘2013년 북한 경제 종합평가와 2014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 경제는 농업 부문이 성장을 주도한 가운데 경공업과 화학, 전력 부문 생산이 전년도보다 증가해 소폭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연구원은 경공업과 농업에 대한 원부자재 공급을 늘리기 위한 기초화학 물질 생산이 늘어나고, 식품가공과 섬유, 의류를 중심으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석기 선임연구위원] “지난 해 2.8 비날론 연합기업소를 비롯한 화학공장에서 경공업 원부자재 생산이 다소 늘어난 것 같구요. 두 번째로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식품가공과 섬유류를 중심으로 투자와 생산 성과 보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순 없으나, 그 부문에 성과가 있다고 보는 게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

무엇보다 북한의 국내총생산,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뤄진 식량 증산이 경제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598만4천t으로, 쌀은 11%, 옥수수와 콩 등 전체 곡물 생산량은 4% 증가했습니다. .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권태진 선임연구원] “최근 2년 연속 작황이 좋았는데 지난해의 경우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좋았습니다.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기상 여건이 워낙 좋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비료를 포함해 농자재 공급이 상당히 원활했던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추진 중인 농업개혁 조치인 포전담당제가 식량 증산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중국과의 거래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북한의 경제성장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국무역협회,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전년보다 7.8% 증가한 73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KOTRA가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큰 규몹니다.

한국 정부 당국과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북한 시장의 물가와 환율이 이례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인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물가는 전년 말 대비 8% 정도 하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한 직후를 제외하면 북한의 물가가 하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특히 곡물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여 전년 말 대비 32%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달러 환율 역시 전년 말 대비 1~2% 상승에 그치는 등 예년과 달리 안정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2012년 물가가 전년 말 대비 80%, 달러 환율이 65%가량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난해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것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 시한이 지나면서 재정지출 수요에 따른 통화 발행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SK경제경영연구소 이영훈 수석연구원입니다.

[녹취: 이영훈 수석연구원] “지난해 북한 당국이 긴축 통화정책을 취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에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과 관련해 여러 대형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왔지만, 지난해 그 수요가 없어지면서 국가재정 차원에서 지출 수요가 크게 감소했고 기업 차원에서도 독립채산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대한 지출을 줄인 점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쌀값 하락세가 환율의 하락세보다 가파르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장으로의 식량 공급이 늘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수출입은행 배종렬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배종렬 선임연구원] “환율과 물가가 같이 주춤하는 것은 곡물 증산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지만 물가가 환율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은 곡물을 푼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이는 2012년과 2013년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식량 수입을 많이 해 이 식량을 아마도 풀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전년보다 5.9% 늘어난 29만 8천여t을 수입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시장에 대한 억압정책을 취하지 않은데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새 경제개혁 조치의 논의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물가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북한 경제의 경우 양호한 기후 조건에 따른 식량 증산과 대중 무역 확대에 힘입어 다소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이 북한이 추진 중인 새 경제개혁 조치의 성과로 보기는 어려운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지에 대해선 추후 동향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 들어, 먹는 문제와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농업과 경공업 부문에 집중하는 등 경제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는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북한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의 경제는 농업 생산의 증대 여부와 경공업과 농업 부문에 대한 북한 당국의 투자 확대 여부, 그리고 무연탄 위주의 대중 수출 증가세의 지속 여부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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