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세계 난민의 날, 탈북 난민 상황 개선 안돼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가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가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탈출한 난민들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세계 난민의 날이 어떤 날인가요?

기자) 전세계적인 난민 상황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려 보호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이 제정한 날입니다. 지난 2001년 유엔총회에서 관련 결의안이 채택된 뒤 해마다 6월20일에 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난민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기자) 난민은 정치와 인종, 종교, 분쟁과 내전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몇 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탈출한 시리아 난민들이 대표적인 예죠.

진행자) 그런데, 탈북자는 난민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겁니까?

기자) 국제 난민법은 송환시 박해와 학대의 위험이 있을 경우 대상자들을 `현장 난민' (refugees sur place)으로 규정해 보호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는 대표적인 현장 난민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연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게 유엔의 입장입니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커비 위원장] “The people will not be sent back to……”

탈북자 강제북송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중국 등 모든 나라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의 국정 실패로 경제가 피폐해 주민들이 생존 차원에서 탈출하고 있는 점, 또 체제에 대한 비판과 자유를 찾아 탈출하고 있는 사실로 미뤄볼 때 탈북자는 정치적 난민에 해당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탈북 목적에 대한 통계가 있습니까?

기자)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4 북한인권백서에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한 결과를 자세히 밝혔는데요. 경제 이유로 탈출한 탈북자가 25.7 퍼센트,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이 23 퍼센트, 먼저 입국한 가족의 권유가 30 퍼센트,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탈출한 탈북자는 4.6 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전세계에 탈북 난민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유엔난민기구 (UNHCR)는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중순 현재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와 망명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탈북자를 모두 합해 1천321 명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통계에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또 정착국에서 영주권을 받으면 통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전세계에 살고 있는 탈북자 수는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167 명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한국에 정착한 뒤 미국으로 이동해 살고 있는 탈북자와 망명 입국자, 유학생 등을 합하면 적어도 수 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UNHCR 통계에 따르면 미국 외에 캐나다와 영국, 독일에도 각각 탈북자 수 백 명이 살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2만 6천483 명이 입국했습니다. 탈북자 입국 규모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국경 단속이 상당히 강화되면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06년 이후 해마다 2천 명 넘게 입국하던 탈북자 수는 2012년과 2013년에 1천5백 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성비는 여성이 평균 70 퍼센트 이상으로 훨씬 많습니다.

진행자) 유엔과 국제사회는 탈북 난민과 관련해 무엇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합니까?

기자) 북한 주민의 이동의 자유 침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합니다. 세계인권선언과 국제법은 지구촌 주민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은 물론 나라 안팎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이동의 자유 전반을 침해 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정보의 흐름을 제한해 통제력을 극대화하려는 북한 정권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기자)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입니다.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체포해 강제북송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는데요. 다시 커비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커비 위원장]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is a party to the refugee…”

중국은 국제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비준한 나라로 탈북 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에 보낸 질의답변서에서 탈북자는 경제적 이유로 도강한 불법 입국자로, 난민으로 처우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할 경우 대량 탈북 사태가 발생해 지역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이 국제법 이행 의무보다 국익을 먼저 챙기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도강자들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리고 처벌 수위도 더욱 강화할 정도로 매우 가혹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탈북자를 계속 북송하고, 이중 철조망과 탈북자 비상신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커비 위원장과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앞서 탈북자 강제북송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지도력에 도덕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지도국 역할을 한다는 것은 큰 모순이란 겁니다. 과거 중국을 제3국으로 에둘러 표현하던 유엔 보고서가 작년부터 중국을 직접 명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탈북 난민들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