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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 중국 공항서 담배•주류 무제한 구매, 유엔 제재 무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으로의 사치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하는 북한인들은 중국 공항 면세점에서 세계 유명 브랜드의 담배와 양주 등을 제한 없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중국의 공항 면세점에서 북한인들이 고가의 사치성 물품을 제한 없이 구매하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인들은 선양 외에 베이징의 수도공항을 이용해 귀국할 때 제2터미널의 출국장 내 면세점에서 무엇보다 담배와 주류 등을 대량으로 사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고려항공은 평양-베이징 구간을 화, 목, 토요일 등 일주일에 3차례 운항하고 있는데요, 면세품을 구매하는 북한 승객은 수는 적지만 담배와 주류 구매자 수와 구매 수량 면에서는 많은 상황입니다. 북한 승객들이 면세점에서 1인당 구매 한도를 초과해 구매해도 중국 공항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담배와 주류를 포함한 사치품이 북한에 반입되는 것을 금지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항 면세점에서는 대북 제재 결의가 실행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문) 중국이 북한으로 물자가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군요. 중국 공항을 이용하는 북한인들은 면세점에서 무엇을 가장 많이 사나요?

답) 제가 이달 초 베이징 제2터미널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평양행 고려항공을 이용하는 북한인들의 면세품 구매 상황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구매하는 면세 품목으로는 담배와 주류가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북한인들은 특정 브랜드의 담배에 대해서는 ‘싹쓸이’ 쇼핑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특히 연령대나 옷차림을 봤을 때 정부와 무역기관 종사자들로 보이는 북한인들은 ‘카멜’과 ‘세븐 스타즈’, ‘캐빈’을 많이 사가고 있습니다. 이들 담배는 모두 일본산입니다.
문) 북한인들이 특정 외국산 담배들을 대량으로 구매하다 보면, 재고가 빨리 없어지는 경우도 있겠군요?

답) 네. 이달 초 `카멜’과 `세븐 스타즈’ 등 북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들의 담배는 베이징 공항 내 면세점 매장에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날 20대에서 50대의 북한인 약 20 명은 선호하는 `카멜’ 담배의 재고가 없자 출국장 내 2개 층에 있는 모든 면세품 매장들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제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한 승객들은 선호하는 담배 브랜드를 끝내 살 수 없게 되자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신 `말보로’나 `마일드 세븐’ 등 다른 외국 브랜드 담배나 중국산 담배를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문) 북한인들이 중국 공항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담배 수량은 얼마나 되나요?

답) 북한 승객 1 명 당 구매하는 담배 수량은 국제적으로 정해진 구매 한도인 1보루를 모두 넘었습니다. 북한인 1 명 당 10 보루 안팎의 담배를 구매했는데요, 쇼핑백 몇 개에 가득하거나 여행용 가방을 꽉 채운 분량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공항 면세점 직원들은 북한인 승객들을 반기고 있는데요, 중국 직원은 북한 승객들의 면세품 구매 물량과 행태는 북한의 화폐개혁 시행 전후로 변함없이 꾸준하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인들이 구매하는 담배는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가요?

답) 북한 승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담배 브랜드 ‘카멜’과 ‘세븐 스타즈’, ‘캐빈’의 경우 200 개비가 들어간 한 보루에 중국돈 80 위안입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해 13 달러 가량입니다. 일부 북한 승객들이 구매한 중국산 담배는 1보루당 27위안 가량이었습니다. 북한인들은 면세품을 계산할 때 대부분 현금을 냈는데요, 주로 중국 돈 런민비(인민폐)로 계산했고 유로(Euro)화를 꺼내는 북한인들도 있었습니다.

문) 북한인들이 한국 제품을 사기도 하나요?

답) 네. 지난 8월 2일 오후 1시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한 북한 여성 가운데 중년의 2 명은 한국산 담배 5 보루 가량을 구매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들 북한 여성이 구매한 한국산 담배는 KT&G (옛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제조한 담배 ‘에세’인데요, 담배에는 제품명과 건강 관련 경고 문구가 한국어로 명시돼 있고 한국산을 뜻하는 ‘MADE IN KOREA’라는 문구도 뚜렷하게 적혀 있습니다.

문) 북한인들이 면세점에서 이처럼 많은 담배 등을 구매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요?

답) 자신이 이용하는 것 뿐아니라 선물용으로 구매하거나 직장의 동료나 상사, 친척의 부탁으로 구매하는 것 외에 이른바 장마당에 내다 팔아 이득을 챙기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합니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구매한 북한 승객들은 대화 가운데, 인기 있는 브랜드의 담배들은 장마당에서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는데, '눅은' 즉, 값싼 담배 브랜드의 제품은 별로 못 받는다고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중국산을 포함해 비교적 값싼 담배는 본인은 물론 선물을 받는 사람 모두 장마당에 내다 팔 때 큰 이득을 못 얻기 때문에 구매를 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문) 북한인들은 주류도 선호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면세점에서 주류도 많이 구매하나요?

답) 네. 주류 가운데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고가 양주를 많이 구매하고 있습니다. 베이징공항 면세점 내 중국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인들은 중국돈으로 1천~2천 위안 대에 달하는 고가의 양주들도 가끔 구매하는데요, 많이 사가는 주류 종류는 시바스 리갈, 발렌타인, 조니 워커, 헤네시 X.O 등입니다. 이달 초 직접 지켜봤을 때는 북한인들은 주류 코너를 꼼꼼하게 둘러 보면서도 고가의 양주를 구매하는 승객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고 시바스 리갈을 구매하는 승객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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