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인 중국 방문 이틀째인 27일 지린성 창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날 머물렀던 지린시의 우송호텔을 떠나 차량 편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창춘에 도착해 현지의 난후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난후호텔은 베이징의 외빈숙소인 댜오위타이에 해당하는 지린성의 영빈관으로, 과거 김일성 주석이 창춘을 방문했을 때마다 숙소로 이용해 온 곳입니다.
김정일 위원장과는 별도로 후진타오 주석이 난후호텔로 들어가는 모습도 일본 언론에 의해 포착됐습니다. 후 주석은 최근 며칠 동안 휴양차 동북3성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은 오찬까지 포함해 몇 시간 동안 계속됐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무엇이 논의됐는지, 또 양측에서 누가 배석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에 후계자로 알려진 셋째 아들 김정은이 동행했는지 여부가 관심사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지난 5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후계 문제를 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대해 중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계획을 직접 중국 지도부에 알림으로써 원활한 승계의 길을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또 경제난 극복과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한 중국의 대북 지원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열린 베이징 회담에서도 경제난에 처한 북한에 중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을 하는 방안을 협의했었습니다.
이밖에 북 핵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의 합의 내용이 앞으로 6자회담 재개와 미-북 관계 전환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수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후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르면 27일 저녁이나 28일 오전 귀국길에 오를 전망입니다.
미국의 소리 00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