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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교수 “북한 대학생 건설현장 동원,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이 평양 10만호 공사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대거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정부가 건설공사를 위해 대학생을 동원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이른바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내년까지 대형 공사를 완성하기 위해 대학생을 대거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적인 대학 언론매체인 ‘유니버시티 월드 뉴스’는 북한 대학생들이 지난 6월27일부터 학업을 중단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니버시티 월드 뉴스’는 평양에 주재하는 피터 휴즈 영국대사의 말을 인용해 “공식적인 휴교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평양의 대학생들이 2012년 4월까지 평양 근처의 건설 현장에 동원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11일부터 일주일간 평양을 방문한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학생들이 지난달 말부터 건설현장에 동원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대학을 방문했을 때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학생들이 농촌 모내기 지원을 나가 학생이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관측통들은 북한 당국이 평양 10만호 건설을 다그치기 위해 대학생들을 건설현장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정하고 10만호 살림집 건설과 류경호텔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사 진척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터 휴즈 영국대사는 ‘유니버시티 월드 뉴스’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은 2년 전에 살림집 20만호를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지금까지 건설된 것은 1만호에 불과하다”며 “ 김일성 생일 1백 주년이 되는 내년 4월까지 건설 공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학생을 동원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당국이 민주화 시위를 우려해 대학생들을 건설 현장에 장기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신문은 일본 와세대대학 시게무라 도시미쓰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동 민주화를 목격한 북한 수뇌부가 북한 대학에서도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대학생들이 노력 동원에 나서는 것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열 달이나 동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평양교원대학 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2002년 탈북한 이숙 씨의 말입니다.

“한 두세 달 일하고, 또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하고 그랬는데, 당에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때는 그렇게 일했는데 열 달 동안 공부를 안 시킨 적은 없었는데 이것은 새로운 소식이구만요.”

미국과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을 국가가 추진하는 건설사업에 동원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대학생을 노력 동원시키는 것은 북한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서방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은 공부를 하는 곳이지 노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과거 북한에서 대학교수로 근무했던 이숙 씨는 무리한 대학생 노력 동원으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우리는 공부보다 농촌 모내기나, 살림집 건설이나 이런 동원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교수들도 수업을 제대로 진행 못하고 한 시간에 몇 시간 분량을 내려 먹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를 못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때도 대학생을 동원했으며, 2001년에는 평양과 남포간 고속도로 건설 공사에 대학생을 대거 동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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