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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북한 인민재판 동영상'


북한의 인민재판 동영상이 한국에서 공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동영상이 ‘피고인의 변호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북한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MBC’ 방송은 19일 북한 신의주에서 실시된 공개 인민재판 영상을 입수해 방영했습니다.

“남조선 영화 1편과 남조선 노래 75곡을…"

이 영상에는 북한의 당 간부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 주민들 앞에서 죄인들의 혐의를 발표하며 추궁하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마땅히 위대한 책임을 져야 돼, 알겠어? (알았습니다.)”

영상 속 북한 관리는 한국의 영화와 노래를 녹화기에 입력해 시청한 혐의로 적발된 주민, 매음 사업을 한 주민 등 다양한 범죄행위를 열거했습니다.

운동장에는 소년단 복장을 한 10대 초반의 많은 어린이들이 산만하게 재판 현장을 지켜봅니다.

‘MBC’ 는 이날 화면에서 확인된 죄인만 9명에 달한다며 모두 사회주의에 반하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공개 인민재판 모습은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 생소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군중 각성, 범죄 예방을 위해 재판을 공개하고 간부들이 범죄 행위를 폭로. 규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북한의 형법 271조와 286조에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형법 193조에서 195조는 허가 없이 외국의 음악과 록화물 등을 반입하거나 유포한 자, 이를 시청하거나 청취한 자는 2-5년 이하의 로동 교화형에 처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문제는 재판을 주민에게 공개하고 외국의 영화나 음악을 보거나 들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하며, 피고인들의 변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국에 있는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라지브 나라얀 동아태 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인민재판은 재판을 비공개로 하고 변호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제 인권 기준에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국제사회에 국내 피소자들에 대한 변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재판소의 심형일 수석법률참사는 지난 2009년 1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실시된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 심의에서 피소자의 변호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에는 166조입니다. 재판소는 재판에서 독자적이며, 재판활동을 보법에 의거해서 수행한다. 이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또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서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 참사는 또 북한의 사법부가 완전한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철저히 우리나라 사법은 그 어떤 정치적 영향도 받지 않으며 철저한 독자성, 공정성을 확고히 지니고 자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인민재판 동영상에는 피소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나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하는 사법부 재판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2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런 형법 문제들을 지적하며 북한에 사법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지난해부터 인민재판뿐 아니라 공개처형 회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 12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지난해 최소한 60건의 공개처형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나라얀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에서 공포정치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3대 세습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3대 세습의 성공과 지난 화폐개혁으로 야기된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김정일 정권이 공포 정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인총연맹 총재도 인민재판이 비사회주의 황색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했습니다.

“법률적으로 엄연하게 헌법에 위반되고 심각한 인권침해인데, 그 만큼 그런 것을 공개하고 자주한다는 것은 지금 한류열풍이 북한을 강타하고 있고 그 것이 저변이든 중간층이든, 지금은 고위층까지 남한의 DVD 나 CD가 물밀듯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것을 제동하기 위한 장치로 인민재판을 열어 공포심을 조장하는 거죠.”

안찬일 총재는 그러나 노동당이 아무리 공포정치를 강화한다 해도 한번 돌아선 주민들의 민심을 다시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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