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지난 21일 열린 유엔 새 천년 개발목표 정상회의에서, 북한이 이미 주요 과업들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길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무상치료제와 무료 의무교육제, 그리고 남녀평등권이 실시됨으로써 새 천년 개발목표의 주요 과업들이 실현되었으며, 오늘은 그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유엔 새 천년 개발목표는 유엔이 지난 2000년 새 천 년을 맞아 절대 빈곤과 기아 퇴치, 보편적인 초등교육 달성, 남녀평등 달성, 영아 사망률 감소 등 8개 분야의 개발목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박길연 부상은 그 동안 북한이 새 천년 개발목표 달성과 관련해 이룩한 성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은 지금 강성대국 건설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이는 새 천년 개발목표에도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이 약간의 진전을 이룬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네셔널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서는 원칙적으로 무상의료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사에게 대가를 줘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크게 부족해 치료가 비위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북한이 보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진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폴 가우드 대변인은 북한 의료체계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가렛 찬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4월 말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은 아직도 공중보건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무상교육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는 북한 정부의 교육 우선 정책에 따라 10살 이상 인구의 문맹률은 거의 0%에 가깝고 무료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5~16살 어린이나 청소년 중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니세프는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난과 잇단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교육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교과서와 기본적인 학용품이 부족한데다 학교시설이 점점 더 나빠지는 상황이 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계속 발전하는 국제적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은 남녀평등을 실현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북한 여성들이 실제로 처한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지적했습니다.
OECD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법적으로는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는 수 십 년간의 독재와 경제적 고립의 결과로 국가경제가 악화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북한의 가부장적 인식이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약하고 있으며, 양성평등 관련 법 조항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에는 여성들이 평등권이 침해 당했을 때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니세프는 북한의 영양실조률이 매우 높은 상태이며, 급성 영양실조에 대한 대응책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2015년까지 기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유엔 ‘새 천년 개발계획’의 목표들을 이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유엔 새 천년 개발목표의 주요 과업들을 이미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같은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