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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년간 물밑 준비 끝에 당 대표자회 개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북한의 후계자로 부상하는 데는 불과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여름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데 따른 조치였는데요, 북한이 짧은 기간 사이에 김정은을 어떻게 후계자로 내세웠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당 대표자회를 열기로 한 시발점은 지난 200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석 달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해 연말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으로 재직한 데니스 와일더 씨의 말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데니스 와일더 씨는 김정일이 뇌졸중에서 회복되자 자신의 아들 김정은을 서둘러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듬해 2월16일 북한은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백두의 혈통 계승’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당국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 작업에 착수한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봄 주민들을 상대로 김정은 등장을 암시하는 ‘발걸음’ 이라는 노래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척척척…발걸음…우리 김대장…이 노래 부르며…앞으로 척척척”

북한은 또 봄부터 주민들을 상대로 김정은을 선전하는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북한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 해 9월 탈북한 장선영 씨의 말입니다.

“2009년 2월인지 3월인지 교원들만 강연을 열어 김정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청년대장 김 대장이라고 강연을 했어요.”

이어 북한은 4월에 대동강변에서 ‘축포야회’라는 이름으로 불꽃놀이를 벌이는 한편 ‘150일 전투’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조선중앙방송입니다.

“인민이여 위대한 장군님 강행군 길에 척척척 발걸음을 맞추자, 대대손손 수령님의 조국, 장군님의 조국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을 띄우기 위한 ‘상징 조작’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우드로 윌슨 센터 유길재 방문 연구원의 말입니다.

“상징 조작의 차원을 통해, 이런 것들을 통해서 김정은의 공적을 높여서 주민들에게 지도자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중용하기 시작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1차 회의를 열어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임명 한데 이어 올 6월 또다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올 상반기 77회 공장과 군 부대를 현지 지도하면서 장성택을 45회나 수행하게 하는 등 장성택을 신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과 간부를 상대로 권력 승계 준비를 마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달 26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한 해에 두 번이나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3남 김정은으로 권력 승계..전통적인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대를 이어 강화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역사적 사명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권력 승계 문제를 설명하고 중국의 이해를 구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멘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의 말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 승계에 대한 이해와 식량 등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8년 8월 뇌졸중을 앓은 것을 계기로 자신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습니다. 그 후 북한 당국은 지난 2년 간 주민과 간부들을 상대로 권력 세습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번에 당 대표자회를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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