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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리비아 경우와 같은 효과 기대할 수 없어”

  • 김연호

북한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폐쇄적인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비협조로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지난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리비아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건데요, 김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에서는 15일 북한과 리비아,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교 분석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제재 문제 전문가인 랜달 뉸험 교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제재 대상국가가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게 되면 국내정치적으로 정권이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밟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내외적으로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제재 대상국가가 경제적으로 약소국이고 대외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내정치적으로는 지도층 안에서 토론과 경쟁이 이뤄지고 언론의 자유도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합니다. 그래야 집권세력이 제재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눈치를 본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금수 조치의 대상이 광범위하고 주요 국가들이 모두 동참해야 제재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뉸험 교수는 대북 제재가 이런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국내정치적으로 야당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전체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제재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겪어도 정치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은 또 경제적으로 약소국이기는 하지만 자급자족을 표방하고 있어 제한된 무역만으로 생존하는데 익숙해 있다고 뉸험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북한에 석유와 식량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의 리비아는 제재의 성공사례로 꼽혔습니다. 리비아는 지난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뉸험 교수는 리비아의 경우 3가지 조건이 모두 잘 작동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비아는 미국과 영국 같은 서방국가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정치 지도층과 기술관료들이 많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가다피 국가원수를 견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가경제가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석유산업 이외에 달리 내세울만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대외교역이 차단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리비아를 옹호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전혀 없어 리비아에 대한 제재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강력하게 이행됐다고 뉸험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이란의 경우는 지난 해 대통령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야당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제재가 국내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토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유대국인 이란은 북한이나 리비아에 비해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석유산업 이외의 다른 산업들도 비교적 발달해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란에 대한 제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한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제재의 결실이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아에 대한 제재도 20년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킹 특사는 특정 부문을 겨냥할 때 제재의 효과가 커진다는 뉸험 교수의 분석에 동의한다며, 현재 대북 제재도 북한의 무기수출 차단과 같은 정교하게 다듬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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