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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북한의 두얼굴 – 불 밝힌 평양, 불 꺼진 시골


평양의 4월은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 잔치로 온통 들썩였습니다.

김 주석의 삶과 업적을 미화하는 공연이 매일 밤 펼쳐지고, 인민군은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김 주석 일가에 충성을 다짐했습니다.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고 차량 통행이 부쩍 늘어난 평양은 외관상으론 강성국가 건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태양절을 맞는 평양의 축제만을 보여줄 순 없었습니다.

평화적 목적의 위성을 쏴 올린다며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발사장으로 외신 기자들을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기차는 북한 당국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던 사각지대를 통과하며 5시간을 달렸습니다. 차창 밖으로 방금 떠나온 평양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시골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나무가 없어 온통 황갈색인 민둥산이 멀리 지나갑니다. 철로변으로 3층 정도 높이의 건물이 이따금씩 나타날 뿐, 시골길을 따라 대부분 초라한 살림집들이 이어집니다.

반듯반듯한 경작지가 펼쳐지지만 농기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남루한 옷차림의 주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마을 초입엔 말이 끄는 수레까지 등장합니다.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시골길을 지나 도착한 서해발사장에선 그러나 첨단 우주과학 기술을 내세웁니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3번째 위성을 띄운다지만, 닷새 뒤 전 세계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평양으로 되돌아 가는 기차는 앞서 지나친 시골 마을을 다시 지나갔습니다.

이미 날이 저물어 주변이 캄캄했지만 스쳐 지나가는 어떤 건물에서도 빛은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차량 밖으로 어둠에 묻힌 시골 마을의 희미한 형체만을 알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태양절 기간 내내 평양의 밤은 함성과 노랫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만수대 언덕 고층아파트는 환하게 불을 밝혔고,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제를 즐깁니다.

치솟아 오르는 불꽃 아래 번영과 개발의 구호가 온통 평양에만 집중돼 있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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