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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취재] 불꺼진 북한의 시골 마을


불빛이 전혀 없는 북한의 시골마을 저녁 풍경(위) (동영상 캡처). 불빛이 휘황찬란한 평양의 고층아파트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불빛이 전혀 없는 북한의 시골마을 저녁 풍경(위) (동영상 캡처). 불빛이 휘황찬란한 평양의 고층아파트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북한은 최근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불빛이 가득한 평양의 외관을 외신 기자들에게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공개한 지방의 상황은 너무도 대조적이었는데요. 지난 달 북한 취재를 다녀온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태양절 행사가 한창인 지난 달 평양 도심은 유독 많은 차량으로 북적였습니다.

[녹취: 평양 시내 차량 통행 소리]

궤도전차, 무궤도전차, 버스 등이 쉴 새 없이 지나가며 일부 구간은 가벼운 정체 현상마저 보였습니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네거리에는 어김없이 교통보안원의 모습이 보였고, 여기저기 신호등도 적지 않게 설치돼 있었습니다.

평양 만수대지구엔 북한 당국이 강성국가 건설 목표의 하나로 추진했던 45층 규모 아파트 지구가 들어섰습니다. 또 주변엔 편의시설과 공원까지 조성됐습니다.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만수대지구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아시아의 어느 선진국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북한 당국이 번영을 선전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바로 그 동선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달 8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현장을 공개하기 위해 외신 기자들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로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동창리행 기차 소리]

평양 용성역을 출발한 기차는 미사일 발사장까지 5시간을 달렸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북한이 외부에 절대 보여주지 않는 사각지대를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겁니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방금 떠나온 평양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시골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나무가 없어 온통 황갈색인 민둥산이 멀리 지나갑니다. 철로변으로 3층 정도 높이의 건물이 이따금씩 나타날 뿐,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대부분 초라한 살림집들이 이어집니다.

반듯반듯한 경작지가 펼쳐지지만 농기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남루한 옷차림의 주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염소를 치는 군인들의 모습도 이색적입니다. 드물게 차량이 보이고 주민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이동합니다. 시골 마을 초입엔 말이 끄는 수레까지 등장합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평양으로 되돌아 가는 기차는 앞서 지나친 시골 마을을 다시 지나갔습니다.

[녹취: 평양행 기차 소리]

이미 날이 저물어 주변이 캄캄했지만 스쳐 지나가는 어떤 건물에서도 빛은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차창 밖으로 어둠에 묻힌 시골 마을의 희미한 형체만을 알아 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5시간을 달린 기차는 다시 수도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칠흑같은 암흑과 정적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녹취: 평양 시내 공사장 음악소리]

만수대 언덕 고층아파트는 환하게 불을 밝혔고, 인근 공사장에선 늦은 시간인데도 건물 올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온통 평양에만 집중된 번영과 개발의 구호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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