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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날...주목 못 받는 탈북난민


어제 (20일)는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난민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유엔 난민기구도 각종 자료들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 난민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시간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세계 난민 현황과 탈북 난민들의 실태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전 세계에 현재 난민이 얼마나 있습니까?

답) 유엔 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현재 4천 250 만 명이 있습니다. 이 통계는 국내에서 피난을 떠났거나 강제 이주된 2천 640만 명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문) 규모가 상당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저희가 지난 19일 유엔 난민기구 통계를 인용해 해외 탈북 난민이 2011년 말 현재 1천 52명, 망명 신청 대기자가 490명이라고 전해드렸는데요. 전세계 난민 규모와는 사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내 수 만 명으로 추산되는 탈북자들이 있지만 역시 수 십만 혹은 1백만 명이 넘는 일부 나라 난민들에 비하면 격차가 큽니다.

문) 북한에서는 ‘난민’ 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할 것 같은데,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답) 네, 난민은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났거나 강제 이주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정치와 사상, 종교적 박해 등이 여기에 포함되고요. 내전과 분쟁 등으로 피란을 떠난 사람들 역시 난민에 해당됩니다. 또 조국을 떠날 때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었더라도 다시 돌아갔을 때 박해의 위험이 있으면 난민으로 인정해 보호할 것을 국제난민협약은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 주로 어떤 나라에서 난민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까?

답) 난민 분포도를 보면 아프리카와 중동, 중앙아시아에 난민이 집중돼 있습니다. 난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으로 2백 70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 다음은 이라크로 1백 40만 명, 소말리아 1백 10만 명, 수단 50만 명 순이었습니다.

문) 주로 전쟁이나 내전을 겪는 나라들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수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분쟁과 내전 때문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 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난민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는 반드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오는 25일이 6.25 전쟁 발발 62주년인데요, 당시 북한의 공격 때문에 남쪽으로 피란을 떠나야 했던 수 백만 명의 남한 주민들이 떠오르는군요.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이런 아픔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유엔 난민기구의 친선대사인 세계적인 여배우 엔젤리나 졸리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동영상에서 그런 고통과 아픔을 강조하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졸리 동영상] “(헬리콥터 소리와 난민의 긴박한 숨소리) Every minute, 8 people around the world are forced to flee their home..

졸리는 “전세계에서 1분에 평균 8명이 전쟁과 박해 때문에 강제로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습니다. 난민을 스스로 택한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 동영상에서 들리는 가쁜 숨소리가 난민들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 난민들의 행렬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죠?

답) 네, 유엔 난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탈북 난민 규모는 지난 3년 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9년 말에는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 (881명)와 망명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탈북자 (129명)를 합해 1천 10 명이었는데, 2010년 말에는 1천 195 명(917/275), 2011년 말에는 1천 542 명 (1052/490)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탈북자들은 통계에서 제외되니까 실질적인 규모는 이 보다 더 많은 거죠.

문) 한국에 정착한 2만 5천여 명의 탈북자를 포함하면 더 규모가 커지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은 헌법에 따라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자국민으로 바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난민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실 안전한 제 3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국 내 수많은 탈북자들은 아직 난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문) 유엔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유엔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국제법에 따라 북한의 주변국들이 탈북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엔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수장인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8일 20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 개막연설에서 탈북 난민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필레이 대표] “I also urge neighboring counties to respect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as there are ..

북한의 이웃나라들은 ‘농 르풀루망’ 원칙, 즉 송환됐을 때 박해의 위험이 있으면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원칙을 존중해 탈북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 결국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데, 핵 문제 뿐아니라 난민 문제도 중국이 지렛대를 많이 갖고 있는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을 야기해 지역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자는 중국의 국익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해가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중국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쥴리 리베로 제네바 지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지난 1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표결 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 좋은 예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결의안에 늘 반대했던 중국이 표결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탈북자와 탈북 지원가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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