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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비밀접촉 논란


최근 남북 비밀접촉 공개를 비롯한 북한의 대남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인데요.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남북관계가 이렇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습니까?

답) 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죠.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그 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성의를 보여왔다며, 현재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안정된 주변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 갈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남 공세를 시작했죠.

답)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끝난 뒤 사흘 만에 북한 측이 한국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직접 밝힌 내용이라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북한은 동해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 지구의 통신연락소를 폐쇄한다는 구체적인 조치까지 내놨습니다.

문) 북한이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가 있을 텐데요.

답) 북한은 한국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의 대결 책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전면전에 들어갈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이런 경고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사진을 사격훈련의 표적으로 사용한 것도 북한이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입니다.

"중국으로부터 지원이라든가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제시하는 방향이라든가 맞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죠. 거기에 대한 불만 표시의 제1탄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문) 방금 핵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중국도 미국, 한국이 제시하는 3단계 방안을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중국과 북한은 6자회담을 빨리 다시 열자고 계속 주장해왔는데요, 미국과 한국은 남북한 비핵화 회담이 먼저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나서 미국과 북한이 접촉을 하고 6자회담으로 이어가자는 건데요, 중국도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있죠. 문제는 북한이 남북한 비핵화 회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 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라고 미국 국무부가 못박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일단 만나야 할텐데요,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해서 파문이 일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국방위원회가 다시 전면에 나서서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남북한 간에 전례가 없는 일이죠. 북한은 비밀 접촉에 나선 한국측 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한국이 정상회담을 간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6월 하순과 8월 그리고 내년 3월 이렇게 일정까지 잡아 놓고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 열자고 제안했다는 겁니다.

문) 아주 민감한 내용을 북한이 건드렸는데, 돈봉투 얘기까지 나왔어요.

답) 네, 한국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문제를 해결하자면서 북한 인사들에게 돈 봉투까지 내놓고 유혹하려고 했다는 게 북한 측 주장입니다. 그리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한국측이 볼 땐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고 한국 측이 애걸했다는 겁니다.

문)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답)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남남갈등과 우리 정치 내부를 흔들려는 전형적인 선전선동 차원의 얘기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인택 장관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북측이 만나자고 해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리라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정상회담을 애걸하려고 만난 건 아니고 더군다나 돈봉투를 건넨 일은 전혀 없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문) 하지만 북한도 물러서지 않고 있죠. 녹음기록을 공개하겠다는 얘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답) 네, 남북한 간에 비밀접촉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인데요, 북한은 한국 정부가 비밀접촉의 진실을 계속 은폐하면 당시 녹음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비밀접촉 내용을 담은 녹취록은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정상회담을 강력히 희망했고 돈 봉투를 건네려 했다는 주장도 다시 나왔습니다.

문) 이렇게 되면 남북한 비핵화 회담을 시작으로 6자회담을 다시 열자는 구상은 물 건너 간 거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답) 그런 비관론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파탄내려 한다, 남한을 봉쇄하고 미국과 직접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하 이른바 ‘통미봉남’전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허용하고 6개월간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를 풀어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대화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국을 거세게 몰아 부쳐서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이 과연 비밀접촉 녹음기록을 공개할지, 어디까지 대남 공세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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