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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계획, 우라늄 농축으로 통제불능 상태”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또다른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계획이 통제불능 상태로 간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라늄 농축 시설이 기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새 우라늄 농축 시설이 갖는 의미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통해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잠재력을 갖게 됐다면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그리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들과 함께 중대한 우려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전력생산을 위한 민수용 핵 발전 시설이라는 북한의 주장도 일축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 방식을 통한 핵무기 제조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해서는 핵발전소에서 나온 사용 후 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거나 천연우라늄을 농축해야 합니다. 두 가지 방식 중에 우라늄 농축은 상대적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방사능 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아 인공위성 등 첨단 관측장비로도 탐지가 어렵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위스콘신 핵 군비통제 계획 (Wisconsin Project on Nuclear Arms Control)의 개리 밀홀린 소장은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이 우라늄 농축을 계기로 통제불능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영변 이외에도 다른 곳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만큼,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어디에 배치해 놓았는지, 어느 나라를 겨냥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는 겁니다.

밀홀린 소장은 우라늄탄의 경우 플루토늄탄 보다 kg당 폭발력은 낮지만 설계가 더 쉽기 때문에 개발이 더 간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에서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핵 시설이 불능화되고 냉각탑도 폭파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플루토늄 추출은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우라늄 농축 계획을 진척시켰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최근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한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수백 기의 원심분리기와 현대적인 제어실을 목격했다고 미국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러나2천여기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며, 우라늄 생산이 이미 시작됐다는 북한 측 주장을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헤커 박사는 ‘영변 핵 시설 방문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건설 중인 영변 경수로의 연료로 사용될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는 설명을 북한 관리들로부터 들었다며, 지난 해 4월에 우라늄 생산설비 설치에 들어가서 최근에 완료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측은 현재 연간8천 킬로그램의 우라늄 농축 처리 능력을 갖고 있고, 현재 우라늄 농축 수준은 평균 3.5%이며 농축 수준을 4%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헤커 박사에게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용으로는 3~ 5%이면 충분하지만 핵무기에 쓰기 위해서는 90% 이상이어야 합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신속하게 완성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다른 장소에서 이미 완성한 설비를 영변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이 지난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에 관한 기술 지원을 받았고, 장비와 원료를 해외에서 조달한 뒤 원심분리기를 자체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군축협회의 데릴 킴벌 사무국장은 현 단계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영변에서 핵폭탄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얻는데 최소한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겁니다.

원심분리기를 작동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작동 중에 불량품이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란도 1만개가 넘는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불량품들을 대체하는 데 몇 주씩 걸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킴벨 사무국장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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