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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북한전문 유럽 여행사들 사업 확대...제재 속 관광객 증가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평양 개선문 인근 기념품 가게에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평양 개선문 인근 기념품 가게에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자료사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북한을 찾는 서방 관광객 수는 계속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의 북한전문 여행사들은 올해도 북한관광 사업을 확대할 계획인데요,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 내 최대 북한전문 여행사 중 하나인 스웨덴의 ‘코리아 컨설트’는 올해 북한관광 사업을 확대하고 웹사이트도 새롭게 만들 계획입니다.

이 여행사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몇 년 간 북한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습니다.

`코리아 컨설트' 측은 지난 한 해 특히 잦았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제제에도 불구하고 관광 사업에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여행사는 “유엔의 제재와 북한관광은 연계돼 있지 않은데 관광객들이 왜 제재에 신경을 쓰겠는가?”라며 “핵과 미사일 시험이 관광에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 영향은 길어야 2주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코리아 컨설트'는 올해 33차례의 북한 단체관광을 계획하고 있다고 웹사이트에서 밝혔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평양 시내를 걸어서 관광하는 상품을 새롭게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상품은 하루 동안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만수대 기념비, 노동당 창건 기념탑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보고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행사 측은 전했습니다.

북한 평양 당창건기념탑 앞에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안내원들이 서있다. (자료사진)
북한 평양 당창건기념탑 앞에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안내원들이 서있다. (자료사진)

영국의 북한전문 여행사 ‘루파인 트래블’은 최근 여행객이 크게 늘어 지난해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며, 올해도 확대된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해리스 대표] "We are actually expecting more people booking this year. Bookings have been going up recently..."

‘루파인 트래블’의 딜런 해리스 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3개월 간 예약률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며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해리스 대표는 12개월 전 미국인 대학생이 북한에 억류되고 대북 제재도 강화되면서 예약률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해리스 대표] "At the moment the sanctions aren’t affecting tourism whatsoever. The only thing that people seem to show concerns about is..."

대북 제재는 관광에 전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한반도 긴장 고조는 관광객들이 약간 걱정하는 정도일 뿐, 여행 계획 취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해리스 대표는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우려하는 단 한 가지는 다른 외국인이 북한에서 체포되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자사를 통해 북한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08년 북한관광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북한 여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북한관광이 가능하다는 인식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루파인 트래블’은 올해 매달 북한 단체관광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북한 방문을 마친 외국인들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셔틀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방문을 마친 외국인들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셔틀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2년에 북한관광 사업을 시작한 네덜란드의 ‘유어 플래닛 트래블’도 올해 대북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유어 플래닛 트래블’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몇 년 간 북한 행 예약률이 상당히 늘어났다"며 올해 예약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관광상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여행사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북한의 인권, 한반도 긴장 고조, 핵 위협으로 인해 북한 방문을 꺼리지만 북한의 실상을 실제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고, 그 숫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을 방문했던 많은 여행객들이 친구와 가족에게 북한 여행을 권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2년 전부터 네덜란드에서는 북한 여행 다큐멘터리들이 여러 개 방송돼 북한관광이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여행사는 “북한을 여러 번 방문하며 특별한 경험을 찾는 손님들도 꽤 있다"며, 이들을 위해 "자전거 여행, 러시아를 통한 기차 관광, 전세기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 등 매년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에 소재한 북한 여행사는 관광객이 다소 줄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 본부를 둔 ‘뉴 코리아 투어스’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몇 년 간 북한을 찾는 관광객 수가 약간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관광 상품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을 찾는 관광객들을 안심시키는 데는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사들의 사전설명회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칙만 지키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월 평양을 방문한 필리핀인 블라 아기날도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북한여행 경보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북한을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은 뒤에는 규칙을 지키면 안전하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아기날도] "We were given guidelines on what is not allowed and what is allowed..."

방북 전 여행사 측으로부터 어떤 행동을 해도 되고 안 되는지 지침을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아기날도 씨는 북한은 평생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라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외국인 참가자들이 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외국인 참가자들이 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일주일 간 평양과 남포 등을 방문한 영국인 베키 엔라이트 씨는 `VOA'에, 평판이 좋고 사전설명회 수준도 높은 여행사를 골랐기 때문에 마음 놓고 북한으로 떠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엔라이트] "I was very aware that Koryo top at pre-tour meetings, where you go through every single rules and regulations to ensure that..."

해당 여행사는 북한의 관광규칙을 따르고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설명회에서 모든 규칙을 일일이 다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엔라이트 씨는 북한 여행 중 항상 단체라는 보호망이 있기 때문에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6월에 북한을 방문한 핀란드인 아리모 커켈 씨는 `VOA'에, 국제 제재나 한반도 긴장 고조가 북한관광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본다며 “당면한 정치 상황과는 관계없이 북한 방문에 관심 있는 관광객은 항상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켈라 씨는 “북한은 정치 상황과 평판에 비해 극한(extreme) 여행지는 아니”라며 “사진촬영에 대한 규제도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느슨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커켈라 씨는 여행지로서 북한의 매력에 대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제화의 영향을 덜 받은 곳”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나 쿠바가 너무 많이 변하기 전에 방문하고 싶어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북한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전문여행가이자 저술가인 베키 엔라이트 씨는 자신의 방북 이후 최근 몇 년 간 외국인들의 북한 방문 열풍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엔라이트] "I think now there is a big trend for people to see every country in the world. This huge trend of bucket list.."

엔라이트 씨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목록을 만들어 하나씩 해치우는 게 유행”이라며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특정한 국가 방문 사진과 기록을 남기고 자랑하는 게 유행인데, 북한 여행이 그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북한을 찾는 여행객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엔라이트 씨는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서방 각국 정부는 여행경보를 발령하며 자국민들의 북한여행 자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3개월 마다 갱신하는 북한 여행경보를 통해 북한을 여행할 경우 체포돼 장기간 구금 당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경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들어가기로 결정할 경우, 사생활 보호의 예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든 전자장비가 검열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외무부도 북한여행 경보를 통해 자국민들이 어떤 일로도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외무부는 북한여행 정보를 갱신하며 자국민에게 남북한 간 긴장이 주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주의하고, 북한을 방문할 경우 한반도 상황의 추이를 잘 살필 것을 당부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북한여행 정보 페이지에서 여행자들에게 북한의 정치, 안보 상황을 긴밀히 주시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독일 외무부도 북한여행 주의보를 발령했고, 스페인 외무부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북한을 여행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탈북자 단체인 재유럽조선인총연합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럽의 북한 여행사들에 관광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단체 장만석 회장입니다.

[녹취:장만석 회장] “독재국가가 관광이라는 명목으로 외화를 벌어들여서 그걸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려고 서유럽의 여행사를 비롯해서 북한 관광과 연계된 단체들에 꾸준히 성명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북한의 도발과 혼란 상황에서 외국인의 북한 여행은 위험하고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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