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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인자 된 장성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이 북한의 2인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장성택은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장성택이 어떤 인물이며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 장성택 대의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이는 장성택이 사실상 2인자가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성택이 이번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고 봅니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에는 조명록 제1부위원장이 있지만, 올해 83살로 나이가 많은데다, 건강도 나빠 상징적인 존재에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행정부장 등 핵심 요직을 맡고 있는 장성택을 실권자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장성택이 북한의 권력 승계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동안 장성택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장성택의 선택 여하에 따라 북한의 권력 세습의 향배가 바뀔 수 있다고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부르스 클링너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장성택이 후계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권력 승계가 실패하는 것은 물론 권력 다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씨는 장성택의 운명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7-8년 이상 건강하다면 권력 승계가 가능하겠지만 만일 2-3년 안에 사망한다면 김정은 대신 장성택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946년 1월22일 강원도의 평범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장성택이 북한의 2인자가 된 데에는 그의 결혼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평양 김일성대학에 다니던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는 동급생인 장성택을 좋아해 아버지 김일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했습니다.

그 후 장성택은 평양 시당 지도원, 1972년에는 당 중앙위원회 지도원과 과장, 3대 혁명소조 부부장을 거치면서 승승장구 합니다. 특히 장성택은 지난 1989년 ‘평양세계학생축전’ 당시 평양 건설 사업을 지휘한 공로로 ‘노력 영웅’ 칭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성택은 권력의 쓴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장성택은 지난 1978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강선제강소에 내려가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4년도에도 장성택은 다시 한번 시련을 겼습니다. 당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던 장성택은 ‘파당을 결성했다’는 혐의로 집중 검열을 받고 한직으로 좌천됐습니다. 다시 정창현 국민대 교수입니다.

“파당 결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 장성택 밑에 있던 부부장의 호화 결혼식이 문제가 됐고,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 파당을 결성했다고 해서 혁명화 과정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06년 장성택은 다시 권력의 핵심으로 복귀합니다.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장성택은 검찰과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를 관장하는 당 행정부장으로 권력의 중심에 복귀합니다.

특히 2008년 여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건은 장성택이 김 위원장의 신임을 얻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씨는 김정일이 뇌졸중을 앓자 장성택이 국정을 장악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석 달간 자취를 감추자 장성택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국정을 처리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장성택 앞에는 정치적, 경제적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군부와 손잡고 후계 체제를 만드는 동시에 심각한 경제난을 풀어 민심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북한의 2인자로 등장한 장성택이 이 같은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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