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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북한인권 청문회, 암울한 북한 인권 실태 생생 증언


미 연방 하원에서 23일 열린 북한인권 청문회
미 연방 하원에서 23일 열린 북한인권 청문회

미 연방 하원에서 어제 (23일) 북한인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북한의 강제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고문과 탈북 여성들을 겨냥한 인신매매 등 암울한 실상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나왔는데요,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연방 하원 탐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주관한 북한인권 청문회장. 청문회를 주관한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의원은 청문회장에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일련의 삽화들을 공개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강제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인한 고문의 실상을 묘사한 삽화가 하나 둘씩 공개되자 청문회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이른바 “시계 형벌”로 불리는 고문은 수용소 간수들이 임의로 시간을 부르면, 수감자가 팔 다리를 사용해 시계의 바늘 모양을 나타내야 하는 고문입니다. 삽화는 한 임산부 여성이 신체적으로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시계 형벌”을 받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또 한 임산부의 배 위에 판자를 얹고 판자 양쪽에 다른 수감자들이 올라가 널을 뛰게 해 강제 낙태를 시키는 고문 장면도 보여집니다.

로이스 의원은 북한을 탈출했다가 송환돼 교화소에서 고문을 받고 다시 탈북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한 여성의 증언을 토대로 한 삽화를 공개할 때는 언론의 카메라 촬영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여성은 수감자의 사지를 축구 골대에 묶고 물과 음식을 전혀 주지 않은 채 수감자가 기절할 때까지 뙤약볕에 몇 시간이고 방치하는 이른바 “골 문지기 형벌”이 교화소 내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로이스 의원은 말했습니다.

청문회에서는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는 인신매매 실태에 대해서도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4년 한국에 입국한 방미선 씨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기간 중 탄광 노동자였던 남편이 굶어죽은 뒤 어린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북했습니다.

방 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 브로커들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볼모로 위협을 받다가 결국 약 594달러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몇 달 사이 두 세 차례 팔려갔고, 결국 중국 공안의 단속에 붙잡혀 북송 돼 교화소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방 씨는 증언했습니다.

방 씨는 북한 교화소에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장애인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2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여성인권연대’ 대표 강수진 씨는 탈북 여성들이 불법 신분 때문에 중국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불법 신분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원치 않는 성노예를 강요 받고, 구타와 그 밖의 다른 수치스런 학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강 씨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중단돼야 하며, 중국인과 5~10년 간 결혼해 생활한 탈북여성들과 자녀들에게는 임시거주증이 발급돼 이들이 인신매매와 인권 유린으로부터의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저지 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 크리스토퍼 스미스 의원은 중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중국은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들을 북송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고발하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미스 의원은 미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을 인권 침해 감시대상인 제 2군 (Tier 2)에 분류한 지 너무 오래됐다며, 극적인 정책 전환이 없는 한 이제는 중국을 가장 열악한 인권 침해국인 제 3군(Tier 3)에 지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칼 거쉬먼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 회장은 청문회에서 꾸준히 늘고 있는 탈북자들이 앞으로 북한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북한인권과 관련해 탈북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만큼 새롭고 중요한 사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한국에 정착하는 많은 탈북자들은 20대, 또는 그보다 어린 나이라며, 이들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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