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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특집 I] “주민들 체감 식량난 예년보다 심해”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북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해 저조한 작황으로 1백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데다 국제사회의 원조마저 크게 줄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식량난의 실태와 원인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특집기획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식량난의 실상을 전해드립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묘순: “배급도 하나도 못 주고, 다른 데는 못 줘도 회령 시 같은 데는 원래 배급이랑 다 줬었거든요. 그런데 근래 들어서 배급이랑 다 없어졌대요.”

김대성: “당장 배급을, 평양하고 회령하고 김정숙 군이라고 있거든요, 양강도 쪽에. 그쪽을 북한이 특별배급을 줬습니다. 다른 지역은 배급을 못 줘도. 그런데 특별 배급을 주던 지방까지 식량을 못 주거든요.”

북-중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자 김묘순 씨와 김대성 씨는 지난 6월부터 북한에서 배급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소리’ 방송과 직접 통화한 함경북도 무산군 지초리의 한 북한 주민은 두 탈북자의 전언을 확인했습니다. “2.8 비날론 공장과 무산광산 등 큰 기업소들은 한 달에 20일, 또는 보름 분이라도 대체로 배급을 주지만 다른 작은 기업소들은 배급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장마당 등을 통해서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 주민은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WFP도 함경북도를 비롯한 북한 북동부 지역의 식량난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레나 사벨리 북한 담당 대변인은 북한이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북동부 지역의 경우 남부나 해안가에 비해 식량안보가 더욱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성적 식량난’은 유엔이 식량난의 정도를 구분하기 위해 설정한 5단계 기준 가운데 두 번째 단계입니다. WFP는 수해가 심각했던 2008년에도 북한 대부분의 지역을 ‘만성적 식량난’ 단계로, 북동부 지역은 그 보다 한 단계 더 어려운 ‘극심한 식량과 생계 위기’단계로 분류했습니다. 특히 일부 군에서는 네 번째 단계인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지역 어느 곳에서도 특별히 비상사태를 경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식량난 상황이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대북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럽위원회도 최근 몇 년 간 북한의 식량난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올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지난 몇 년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유럽위원회의 브램 브랜즈 대외관계 국장은 “북한에서 들어오는 보고에 따르면, 올해 식량안보는 지난 몇 년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며 “1990년대 중반 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비정부기구인 ‘트라이앵글 제너레이션 휴메니테어’의 알렉산더 디보트 아시아 부국장과 캐나다의 대북 지원단체인 ‘퍼스트 스텝스’의 수전 리치 대표도 브랜즈 국장과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가 다른 해에 비해 특별히 더 두드러지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에서 식량난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라고 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합니다.

북한에 오랫동안 주재하면서 지원 활동을 펴고 있는 스위스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처 SDC의 북한 담당관인 카타리나 젤웨거 씨도 북한에서 만성적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젤웨거 담당관은 “북한은 올해 초 날씨가 너무 추워 농사철이 늦게 시작했다”며 “기아와 영양실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특히 취약계층과 일반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가 어떻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올해가 예년보다 더욱 힘들게 느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8년도에 탈북해 서울에 거주하는 김은호 씨는 함북 무산군과 온성군, 양강도 혜산군의 주민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김은호: “작년하고 재작년에 비해볼 때 그때는 하루 3끼 밥을 먹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2끼는 죽을 먹는 상황입니다. 풀을 뜯어가지고 옥수수 가루를 넣고. (하지만) 굶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끼를 굶는다 이런 것은 흔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 김복한 씨가 전하는 소식은 더욱 암울합니다. 평양의 친척이 자주 소식을 전해온다는 김 씨는 화폐개혁 이후 평양 내에서 하루 한끼만 먹는 극빈층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굶어죽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김묘순 씨는 고난의 행군 초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그냥 근근히 먹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강냉이를 죽 쒀먹는다는 사람도 있고. 국수 죽 쒀먹는다는 사람도 있고.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이런 상황 때문인지 북한 당국은 올해 초 한국의 구호단체들에 식량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국제 지원단체 월드 비전의 관계자입니다.

월드 비전: “이번 상반기에는 정말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지속적으로 식량 요청을 대외적으로 계속 민간단체들한테 월드비전 뿐 아니라 많이 하고 있거든요. 당장 먹을 게 없으니까. 농업은 두 번째 문제라 치더라도 긴급 식량 지원 요청을 여러 군데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지난 해 북한의 작황은 예년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09년 북한이 자체 생산한 알곡은 조곡기준 4백32만t으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평균생산량과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원조국들의 식량 지원이 여러 해 중단되고 비축 식량도 소진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은 이전에 비해 더욱 어려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얼마나 식량이 필요한지를 알려면 정확히 얼마나 생산했는지, 정확히 얼마를 수입했고, 지원을 얼마나 받았는지 그러한 기본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 식량 생산과 관련해 내는 데이터는 자기들 의도를 가지고 수치를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요.”

북한 당국은 식량 상황을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엔이나 비정부기구들의 실태 조사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는 지난 2008년 10월 이래 북한 당국의 거부로 수확량과 식량난 실태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식량난의 실태와 원인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특집기획, 내일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식량난의 원인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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