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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악화되면 결핵환자 급증”


치료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북한의 결핵 환자들 (자료사진)
치료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북한의 결핵 환자들 (자료사진)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면 수 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잠복해 있는 결핵균이 2~3년 내에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이 북한 내 결핵환자가 급증한 계기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에서 식량난이 악화되면 결핵환자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역학 전문가인 샤론 페리 박사는 24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 KEI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기아가 발생하면 2~3년 내에 결핵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핵균에 감염된 뒤 진행성으로 발전하기 까지 이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페리 박사는 과거에도 고난의 행군 시절로부터 2~3년 뒤 결핵 사망률이 급증했다며, 1996년에 10만 명 당 38명에서 1999년에는 100명으로 3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식량난 속에 북한 내 결핵 사망률은 꾸준히 늘어, 2010년에는 10만 명당 370명으로 세계7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페리 박사는 이미 많은 북한 주민들이 몸 속에 결핵균이 잠복해 있어 결핵이 크게 번질 위험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는 매년 80만에서 1백만 명의 결핵균 잠복 환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페리 박사는 그러면서 “결핵균 잠복 환자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 면역체계가 약화돼 균이 활성화 된다”고 말했습니다.

페리 박사는 최근 몇 년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지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민간 분야의 대북 지원을 가로막고 있는 경제 제재도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페리 박사가 소속된 스탠포드대학은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과 함께 지난 2008년부터 50만 달러를 들여 북한에 결핵실험실을 설립했습니다.

평양의 결핵전문 병원인 ‘보건성 제3예방원’에 위치한 이 실험실은 북한 최초의 다제내성 결핵 연구시설입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기본적인 결핵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의 하이디 린튼 회장은 “2005년부터 결핵연구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시골에서 북한 의사들을 만나면 약이 듣지 않는 결핵환자들이 있어 실험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린튼 회장은 앞으로 1년 반 정도 북한 의사들을 훈련하면 연구소를 전면가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가결핵표준실험실은 매년 수 천 건의 발병 사례를 연구해 북한에서 번지고 있는 다제내성 결핵의 종류를 파악하고 대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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