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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미·중 충돌 가능성"...베네수엘라 대통령 '탄핵'돌입


2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직후 합동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2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직후 합동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일본을 방문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오늘(26일), 앞으로 2년 내에 미군이 자국을 떠나길 바란다고 철수 시한을 제시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한 중국의 세력이 커져서 조만간 미국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국제정세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극심한 경제위기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의회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퇴임시키기 위해 ‘탄핵’에 준하는 심판 절차를 개시했습니다. 이어서, 다음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타이완의 훙슈주 국민당 주석 간의 국공회담이 열린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일본 방문 소식, 먼저 살펴보죠.

기자) 네. 사흘 일정의 일본 방문을 위해 어제(25일) 도쿄에 도착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오늘 ‘일본-필리핀 우호 의원연맹’ 회담과 ‘필리핀 경제포럼’ 세미나에 이어서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앞선 두 행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미’ 발언을 쏟아내면서 “필리핀과 일본은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고요. 이어진 정상회담에서는 아베 총리가 제시한 다양한 경제협력 계획을 수용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발언, 어떤 말을 한겁니까?

기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어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에 앞서 마닐라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핀 주둔 미군 철수를 강력하게 주장했었는데요, 오늘은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했습니다. ‘필리핀 경제포럼’ 연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능한 한 2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외국군대가 없어지길 바란다”면서 “나는 무기가 필요없다. 우리나라에 미사일 포대를 설치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핵폭탄 투하에 사용할 공군기지를 운영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도움이 없어도 우린 생존할 수 있다. 내가 지금 격한 감정상태에 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필리핀 주요지역에는 5만여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군 철수 시한을 제시하면서 “나는 중국과 친구가 되고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미군 철수 요구를 꺼내기에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군과 합동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때도 “중국 앞에서 전쟁연습을 하는 것을 그들이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도 언급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중·참의원 내의 ‘친 필리핀’ 의원들의 모임인 ‘일본· 필리핀 우호 의원연맹’과의 회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이 커지고 있어서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우려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된다”며 필리핀과 일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아시아 지역정세를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요?

기자)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지하철을 만들고, 마닐라 광역권과 각 지방 거점도시들을 잇는 도로· 철도망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일본이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농업 개발 촉진과 대테러 대책에도 일본이 자금을 투입하고요, 섬나라들로 이뤄진 필리핀의 해안경비 강화를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건조한 순시선 10척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문제도 논의했다고요?

기자) 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근거없다고 판단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이 판결이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어제 밝히기도 했는데요, 양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뜻을 모으고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기지 건설을 비롯한 중국의 도발적인 활동을 경계했습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가 아시아 지역 안보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고요?

기자) 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필리핀의 전통적인 친미 외교노선에서 벗어날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는데요, 아베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필리핀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중재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회담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안보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미국과 일본, 필리핀 세나라의 동맹관계 지속의 필요성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역설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이번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과 개발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안보 틀 내에 필리핀을 잡아두기 위한 보상의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행보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과 필리핀 관계, 미국 측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올 연말 마닐라로 부임할 예정인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 내정자는 어제(25일)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면서 “최근 상황이 바뀌었지만, 강력한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주재 대사를 지냈던 성 김 내정자는 “나는 남북한 관계 같은 어려운 상황도 다뤄본 사람”이라면서 “필리핀도 지금 매우 어려운 형편이지만, 미국과의 동맹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정상화할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내정자는 이어 “대다수 필리핀 국민은 미국과 강력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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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베네수엘라 의회가 어제(25일) 특별 전체회의 투표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출석 요구를 의결했습니다. 의회는 다음달 1일까지 의회에 나오라고 마두로 대통령 측에 출석요구서를 보냈는데요, 이후 의회가 주도하는 심판 과정을 통해 대통령 퇴임 절차를 밟아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얼마전 이웃나라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돼서 물러났는데, 베네수엘라에서도 탄핵절차가 시작된 건가요?

기자) 베네수엘라에서는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탄핵’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요. 베네수엘라 정부와 대법원이 현행 의회를 ‘무효’로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의회가 ‘무효’라니, 무슨 이야기인가요?

기자)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서 야당이 장악한 새 의회가 출범한 뒤 정부와 여당 측은 야권 당선자들의 선거운동 불법사례를 집어내 무더기로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정부 측의 제소를 받아들여 당선무효 소송 중인 당선자들의 혐의가 전원 해소될 때까지 의회의 모든 활동은 효력이 정지된다고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야당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는 이같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이 우리 뒤에 있기 때문에 마두로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한 절차를 차곡차곡 밟아나갈 것”이라고 오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5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 의회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5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 의회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 의회가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세계 1위의 원유매장량을 바탕으로 한때 ‘남미 최고의 부자나라’으로 꼽혔던 베네수엘라는 최근 국제 유가폭락과 정부의 외환통제 정책, 최악의 물가상승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실상 국가위기 사태로 빠져들었는데요,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는 국민이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는가 하면, 이웃나라 콜롬비아로 식량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생활고를 겪는 시민들이 ‘대통령이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하는 야권 지도자들에게 지지를 모으면서 올해 초부터 대통령 소환투표가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소환투표 절차를 계속 미루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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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타이완 야당 대표 사이의 회담이 열린다고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베이징에서 타이완 야당인 국민당의 훙슈주 주석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국무원 산하 ‘대만사무판공실’ 안펑산 대변인이 오늘(26일) 발표했습니다. 국무원 측은 회담 일정을 자세하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타이완 언론들은 두 사람이 다음달 1일 만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와 타이완 사이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타이완 야당 지도자를 만나는군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타이완을 중국에서 독립시키자고 주장해온 민진당 주석인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5월 취임한 뒤로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 이른바 ‘양안관계’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차이 총통은 중국 정부가 내세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요, 이에 대해서 중국 측은 각종 국제기구에서 타이완의 활동을 제한하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이번에 야당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차이 총통이 이끄는 타이완 당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지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정부와 타이완 야당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요?

기자) 네. 현재 타이완의 야당인 국민당은 지난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본토에서 자리잡은 시기에 타이완 섬으로 이동한 장제스 일행이 결성한 정당입니다. ‘양안관계’를 이끌어온 원조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국민당과 공산당을 함께 일컫는 ‘국공합작’, ‘국공회담’ 등의 용어는 중국과 타이완 근· 현대사의 고비마다 등장합니다. 한때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극렬한 대립관계에 놓이기도 했지만, 오랜 대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초까지 마잉주 전 총통이 이끄는 타이완의 국민당 정권이 친 중국 정책을 이어왔기 때문에 ‘양안관계’는 해빙 분위기였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열리는 ‘국공회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 예정입니까?

기자) 다음달 2일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과 타이완 국민당이 공동주최하는 ‘국공포럼’이 진행되는데요, 이에 앞서 양측 지도자가 회담하는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 타이완 문제를 관장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안펑산 대변인은 “공산당과 국민당 지도자가 얼굴을 맞대고 공통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것은, 양안 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에 중대하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하고 “평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의제라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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