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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가족 표정


내일이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60년 만에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날 생각에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벌써 북녘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은 천만 이산가족들이 하루빨리 모두 만날 수 있도록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가 이뤄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황해도 옹진군이 고향인 83살 임봉국 할아버지는 1.4후퇴 때 가족과 헤어졌습니다. 전쟁 통에 가족들을 잠시 친척집으로 보낸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핏덩이 딸을 등에 업고 아들 데리고 항구까지 왔다가 배가 만석이 되는 바람에 잠시 헤어지게 됐어요. 항구 앞에서 총을 땅땅 쏘고 있더만요. 그래서 나는 근처 학교로 뛰어들어가고 걔들은 친척집으로 들어간 거예요. 석달만 있다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그게 세월이 이렇게 된 거에요.

그 사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당시 젖먹이였던 딸과 12살이었던 큰 아들은 어느 새 백발의 노인이 됐습니다

혈혈단신 남한으로 내려와 재혼해 아들까지 두었지만 한 시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했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한 게 너무나 많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혼자 내려와서 밥숟갈이 안 넘어갔어. 석달 동안 굶었어. 부인과 가족들도 고생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많이 했지 누가 도와주겠어. 애들이랑 얼마나 고생했을 지 내가 그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피가 나와.

임 할아버지는 며칠 뒤면 꿈에 그리던 가족을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럽습니다.

아내와 남매에게 줄 선물 보따리를 일찌감치 준비해뒀다는 임 할아버지는 하루 빨리 가족을 만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1차 이산가족 상봉단에 선정된 90살 이영노 할머니도 북에 두고 온 막내 동생을 곧 만난다는 기쁨에 며칠 째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말도 못하겠어요, 눈물이 나와서, 동생이 죽은 줄 알고 13년 전에 절에 위폐를 두고 극락 왕생을 빌었어요. 그랬는데 이렇게 살았다는 기별이 오니까 얼마나 기쁜 지 그런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전쟁이 나던 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이 할머니는 산으로 잠시 피신해 있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집을 나선 뒤 동생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살아있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이 할머니는 동생을 볼 시간이 사흘뿐이란 사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평안도 남포가 고향인 83살 장시창 할아버지도 북한에 두고 온 동생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전쟁이 나자 가족과 함께 피난길에 나섰다가 아버지와 먼저 남쪽에 가서 기다린다는 것이 60년의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사변이 나서 인민군이 후퇴하고 한국군이 들어와서 있다가 다시중공군이 처들어오는 바람에 3일 정도 있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버지와 나왔는데 세월이 이렇게 지났습니다. 60년이 흐르다 보니 거의 단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만날 수 있다는연락이 와서 지금 마음이 붕붕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한시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잊지 못하던 아버지는 오래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북에 있는 어머니와 누이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열두 살, 세 살 이던 동생들은 어느덧 환갑이 훌쩍 넘었습니다.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사진 한 장 가져오지 못했다는 장 할아버지는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서 동생들을 알아볼 수 있을 지가 걱정입니다.

그런 걱정도 잠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홀 어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물어볼 말이 산더미입니다.

동생들에게 줄 내의와 영양제를 한아름 챙겼다는 장 할아버지는 사흘 뒤 만나자던 약속을 60년이 지나서야 지키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전쟁으로 부모, 형제 자매와 헤어진 채 생사조차 모른 채 60년 세월을 살아온 이산가족들.

금강산에서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상봉 행사에서 이산가족 방문단은 각각 2박 3일 동안 여섯 차례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납니다.

이산가족들은 천만 이산가족들이 하루빨리 모두 만날 수 있도록 상봉이 정례화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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