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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탈북자 대북 송금 지역경제 활성화 주도”


해외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개발도상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국제 기구의 보고서가 발표된 가운데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도 북한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과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은 국제사회가 안보 문제 외에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도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년 전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 중서부에 정착한 탈북자 브라이언 씨는 최근 북한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냈습니다.

“하하 (쑥쓰러운듯) 얼마 안 보내드렸어요. 조금 보내드렸어요. 조금. 7백불요. (가족이) 힘겹게 받으셨습니다.”

지난 해 2천 달러 이상을 보냈던 브라이언 씨는 미국의 경제 악화로 올해 송금 액수를 많이 줄였지만 정착 이후 꾸준히 북한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외 탈북자 단체들은 한국 내 2만 명, 중국 내 10만 명, 미국 등 서방세계에 정착한 1천 명 이상의 탈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의 가족에게 매년 1-2천 달러 이상을 송금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지식인 출신 탈북자들이 결성한 NK 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 규모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희 회원들 사이에서도 확인해 보면 보통 1년에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주는 돈이 한 가구당 적어서 2백만원, 많게는 5백-7백만원까지도 보내주는 가구가 있습니다. 평균 잡아서 3백만원 정도만 봐도 2백40억원이 되는 거죠.”

세계 127개국이 가입해 있는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2억 명이 넘는 지구촌 이민자들이 본국에 보내는 연간 송금액이 2009년에 4천 1백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70 퍼센트가 넘는 3천 1백억 달러가 개발도상국으로 송금됐고, 이는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연간 원조액의 3 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이주자들의 본국 송금이 개도국의 경제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미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 연구원 등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 역시 북한의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존 박 선임연구원은 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탈북자의 70 퍼센트가 함경북도 출신이라며, 이들의 대북 송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금을 받는 북한 내 탈북자 가족의 정기적인 수입은 안정적인 경제 능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뿐아니라 함경북도와 중국 지린성의 경제교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특히 북한 내 탈북자 가족들이 한국 내 탈북자들과 손전화기를 통해 사업 정보를 교환하며 중국 시장에서 물건을 선별적으로 구입하는 현상이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단순히 생존을 위해 송금을 받던 북한 내 탈북자 가족들이 지금은 도매시장인 지린성에서 물건을 구입해 북한 내 소매시장에서 판매하는 상업활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NK 지식인 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탈북자들의 송금이 시장의 유동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장에 돈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암시장에서 돈을 회전시키는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주민들의 생활 현황, 형편들을 개선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봐야겠죠.”

올해 초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 현황을 조사했던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는 송금 규모가 커지면서 함경북도와 양강도는 탈북자 경제권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의 함경북도와 양강도는 탈북자 경제라고 한다구요. 거의 탈북자가 먹여 살린다고 해서. 거기는 심한 말로 한집 건너 탈북자니까. 북한을 도망치게 되면 1년에 1천불 정도는 (가족에게) 보내줘요. 자기는 못 먹어도.”

강 대표는 부정부패에 익숙한 북한의 보위부원들과 지역 관리들도 탈북자 가족들을 관리하며 돈을 챙기는 등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사회주의와는 역행하는 움직임을 확대시켜 정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함지(함경북도-지린성) 경제권의 역할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핵 문제와 북한 정권의 연평도 포격 등 안보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해 북-중 지역경제권이 급변하는 중요한 양상을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존 박 연구원은 지난 10월부터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이 북한 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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