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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집트 그 ‘닮은 꼴’ 관계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의 시위 사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과 이집트 관계도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미사일에서 이동통신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북한과 이집트의 ‘닮은 꼴’ 관계를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달 23일 평양에서 이집트의 통신재벌인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만났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김정일 동지는 1월23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집트 오라스콤 전기통신회사 나기브 사위리스 이사장을 접견했습니다”

오라스콤은 지난 2008년 수 억 달러를 투자해 북한에 이동통신 업체인 ‘고려링크’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고려링크의 가입자 수는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오라스콤 회장을 만난 것은 북한과 이집트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말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오라스콤 회장을 직접 만난 것을 보면 이집트와 북한 관계도 이동통신을 비롯한 다른 분야도 협력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이집트 관계는 지난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냉전시절인 당시 두 나라는 소련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비동맹 외교를 추구하는 등 비슷한 노선을 걸으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특히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은 북한과 이집트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 북한은 조종사를 파견해 이집트를 돕는 등 두 나라 관계는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합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의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애굽이라고 불렀는데,항공 분야에서 조종사, 탱크 조종,경호, 특수전 병사등을 수출했는데 당연히 이집트에 수출했고…”

서방 측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는 전쟁이 끝난 뒤 북한에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넘겼고, 북한은 이 미사일을 개량해 ‘노동 미사일’을 만들었습니다.

이집트도 당연히 남한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집트는 1963년 일찌감치 국교를 맺었던 북한과는 달리 남한과는 1995년에야 비로소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습니다. 특히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금까지 네 차례나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명지대학교 아랍지역학과 조희선 교수의 말입니다.

“북한하고는 나세르 시절인 1963년에 이미 수교를 했구요, 이집트는 북한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1995년에야 수교를 했습니다”

중동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집트가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두 나라 모두 군부에 기반을 둔 장기 독재체제인데다 주민 대다수가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조희선 교수의 말입니다.

“북한과 이집트는 상당히 밀접하고 긴밀합니다. 두 나라의 특징을 보면 장기 집권을 하는데다, 군부가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인들의 시위가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도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과거 동구권의 민주화 소식도 뒤늦게 북한에 알려졌다며, 이집트 사태 소식도 결국 북한에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루마니아 사태가 북한에 그리 늦지않게 알려진 것을 보면 베이징등을 통해 머지않아 이집트 사태도 북한에 알려질 것이고…”

일부에서는 이집트 사태가 북한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씨는 이집트 사태가 북한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 씨는 이집트처럼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려면 얼마간의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는 그런 최소한의 자유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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