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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로 표현의 자유 표출하는 탈북자들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탈북자들의 시위가 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시위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깊이 실감하고 있다며, 북한에서도 그런 자유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달 26일 한국 서울역 광장. 탈북자 단체가 주축이 된 시위대가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세계탈북인총연합회 안찬일 대표는 이날 2만 명에 달하는 한국 내 탈북자들을 대신해 삭발까지 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 씨는 1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시위를 할 때마다 북한 출신으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시위할 때 보면 참 어떻게 우리가 국가, 중국이란 나라를 향해 우리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나. 구호를 외치고 플래카드도 맘껏 들고. 또 이 과정에서 어떤 때는 경찰과 약간 충돌할 때도 있습니다. 그 때 일부 탈북자들이 경찰을 향해 항거하는 것을 보면 참 이 나라가 좋긴 좋구나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3년 전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해 살고 있는 탈북자 조진혜 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2주 간 단식 시위를 벌였습니다. 인류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 개최국이 탈북자를 체포해 강제북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중국 정부에 중지를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 씨는 1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당시 시위를 통해 자유세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밤에는 미국 사람들이 와서 내가 텐트 쳐놓고 자면 텐트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더라고요. 또 70-80명에 달하는 한 교회 전 교인들이 와서 그 앞에서 기도해 주고 가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 탈북자들이 힘들긴 힘든 가보다. 지옥 같은 세상이 있긴 있나 보다 하구 사람들이 좀 알구. 북한에 대해 관심 갖는 것을 보니까 힘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아 참 미국에 잘 왔구나. 억울한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런 곳에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어요.”

조 씨는 이후 매년 9월 말에 열리는 탈북 난민 구출의 날 행사에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안찬일 대표와 조진혜 씨처럼 북한의 자유와 인권 회복을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위를 벌이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특정 기일 또는 북한 고위 관리의 서방세계 방문 때면 현장에 어김없이 탈북자들이 나타납니다.

지난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는 마영애 씨 등 탈북자들이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북한 동포여 일어나 싸우라! 김정일은 백성들이 굶어 죽든 안중에 없습니다. 그런 독재자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생일 축제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미주 탈북자들이 더 참을 수 없어 뉴욕에서 시위를 열게 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영국 방문 때는 유럽 내 조선인총연합회 회원들이 런던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에 참가했던 김주일 재영 조선인협회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김일성 생일 1백 주년과 김정일 생일 70주년 등 생일잔치 놀음을 벌이려고 하니까 상당히 많은 식량이 필요해서 해외에 식량 구걸 원정에 나서고 있거든요. 그래서 문제점과 식량 지원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인권 탄압의 상징인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를 갖고 시위를 했습니다.”

이런 탈북자들의 시위 때문에 북한 관리들도 매우 난감해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최태복 의장 등 북한 대표단이 영국 의회에서 가진 오찬 행사에서 탈북자 김주일 국장을 소개 받은 뒤 매우 화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미국 의회를 방문한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성렬 차석대사는 특히 김정일을 타도하자는 김 대표의 구호에 욕설을 퍼부으며 협박한 것이 미국의 일간지에도 보도됐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시위가 잦아지면서 북한인권 개선 뿐 아니라 자신의 권익이나 특정 목적을 위해 시위를 벌이는 탈북자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의 정부중앙청사 앞에서는 탈북 여성 한 명이 억울한 사연을 풀어 달라며1년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지구촌 주민들은 누구나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는 누구도 박해할 수 없는 기본적 권리입니다.

인권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은 그러나 북한에서 3대 세습이 본격화되면서 공개처형과 인민재판이 증가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공포정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계탈북인총연합회 안찬일 대표는 그런 이유 때문에 먼저 시민의 권리를 되찾은 탈북자들이 나서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도 이에 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에서 정말 억눌리고 압제 받던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당당한 시민이 됐고, 시민으로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 개선에 대해 평화적인 이런 시위. 당당하게 억눌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탈북자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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