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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소법원, 탈북자 도운 조선족 추방 보류 신청 기각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중국에서 탈북자를 지원한 뒤 중국 당국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조선족의 ‘추방 보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정치적 박해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인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연방 제3 순회 항소법원이 지난 1일 중국 조선족 이롱하오 씨의 ‘추방 보류’(Withholding of Removal)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 씨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도운 혐의로 중국 당국의 체포와 기소에 직면한 뒤 미국으로 탈출해 정치적 박해를 근거로 추방 보류를 신청했었습니다.

미 연방법원은 앞서 이 씨가 추방 보류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미 법무부 산하 이민항소국(BIA)은 이 씨의 정치적 견해와 중국 당국의 박해 사이에 충분한 근거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해 이 씨가 항소했습니다.

3인제로 구성된 연방 항소법원은 그러나 2대 1 판결로 이민항소국의 손을 들어주며, 불법 입국자 (탈북자)를 지원한 것이 자동으로 정치적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씨가 정치적 견해를 근거로 중국에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방 항소법원은 앞서 이 씨와 비슷한 상황에서 망명과 추방 보류를 신청한 일부 중국계 조선족들에게 자격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번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 배경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이롱하오 씨가 어떤 경위로 미국에 와서 추방 보류를 신청했는지 알아볼까요?

답) 네, 이 씨는 북-중 국경지역에서 두만강을 건너는 탈북자들을 도와 자유세계로 탈출을 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난 11월에 열린 심리에서 밝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06년 5월 공안당국이 자신의 동료들과 탈북자들을 북-중 국경지역에서 체포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단속을 피해 미국으로 탈출했습니다. 이 씨는 미국에 밀입국한 뒤 북동부 뉴저지 주에 거주하면서 망명과 추방 보류, 국제고문방지협약에 따른 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체포해 강제북송하고 이들을 돕는 기독교 선교사, 인권운동가들, 조선족들을 체포하거나 추방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앞서 연방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가 탈북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자유와 생명을 위협받는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었습니다.

문) 그런데 연방 항소법원과 법무부는 박해와 정치적 견해 사이에 연관성이 적다고 밝혔군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기소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개연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미국도 불법입국을 지원한 사람에게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점에서 볼 때 불법경제 이주민을 도운 사람을 체포해 기소하는 중국 당국의 절차는 일단 법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씨의 정치적 견해가 분명하지 않고,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한 서류들조차 매우 미흡하다는 겁니다.

문) 앞서 이 씨보다 먼저 미국에서 비슷한 이유로 추방 보류를 신청한 일부 조선족들은 인정을 받았다고 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요?

답) 중국에서 박해를 받은 충분한 전례가 있는 조선족들의 경우 추방 보류 인정 판결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3월에 연방 제9 순회 항소법원으로부터 추방 보류 판결을 받은 이쉰 씨의 경우 탈북자를 도운 혐의로 공안요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전례가 있었습니다. 또 지난 해 추방 보류 판결을 받은 조선족 강모 씨는 자신의 동료들이 공안에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수감된 기록들을 제시해 추방 면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그러니까 박해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기각의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법무부 이민항소국(BIA) 역시 탈북자를 도운 조선족들이 무조건 추방 보류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일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미 당국의 이런 지적이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망명이나 추방 보류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늘자 탈북자와 관련이 없거나 탈북자들에게 돈을 받고 중개 활동을 한 조선족 브로커들이 미국에 망명을 문의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문) 그렇다면, 망명을 신청하는 조선족들은 자신의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겠군요. 끝으로 이번 판결은 추방 보류를 기각한 건데, 망명과 추방 보류, 어떻게 다른 건가요?

답) 망명과 추방 보류는 모두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보호를 요청하고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하지만 영주권과 시민권을 신청하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망명자와 달리 추방 보류는 일단 해외에 나가면 다시 입국할 수 없고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없습니다. 특히 망명은 미국 입국 후 1년 안에 반드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여러 이유로 체류 1년을 넘긴 사람들, 혹은 망명 신청을 거부당할 경우를 대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명과 추방보류를 동시에 신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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