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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지역 내 탈북자 출신 가정 단속 강화’


북한 당국이 올 들어 국경지역 내 탈북자 출신 가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해 미국 동부의 한 도시에 정착한 탈북자 강모 씨는 요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동생이 지난 봄 중국으로 탈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국의 검열을 받은 아버지가 구속돼 8년 교화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입니다.

강 씨는 아버지가 자녀들의 소재를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해 민족반역자로 낙인 찍혔다는 소식을 친척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2년 전 한국에 홀로 정착한 탈북자 최모 씨 역시 요즘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요즘에 뭐시기야 주민등록을 보위부가 한다고 그래요. 보위부가 하면서 뭐시기 주민등록 다시 한다고 해요. 그래가지고 내 문건도 다시 보위부 아이들이 내세워 가지고 어떻게 해야 된다고 하면서 (친척이) 전화를 했더란 말입니다.”

강 씨는 과거 인민보안부(성)가 취급하던 공민증 발급 등을 국가안전보위부가 담당하면서 탈북자 가족에 대한 조사와 단속이 매우 엄격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좋은벗들’ 등 한국 내 민간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올 들어 국경지역 세대들과 숙박시설에 대한 검열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검열단이 야간에 주민들의 집을 무작위로 단속해 가족 수를 확인한 뒤 문제가 있는 가정은 보안서에서 추가 조사까지 실시하고 있다고 이 단체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단체와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최근 움직임이 후계 작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그 예로 지난 해 진행된 성분 재규정 사업과 9월에 열릴 당대표자회를 지적했습니다.

“(성분 토대 조사는) 작년부터 시작됐던 건데, 금년에 들어와 성분 재규정을 했거든요. 당대표자회는 소위 승리자의 대회, 단결과 결속의 대오로 만들겠다고 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게 선행돼 진행된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 강화는 성분 재규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며, 9월에 열릴 당대표자회를 위한 선행작업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달 말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대표자회 소식을 보도하면서 사상과 조직, 행동의 통일, 당과 인민의 혼연일치와 일심단결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는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혁명화 작업을 강화하는 것은 후계자 추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부 정보들이 퍼져 나가는 것을 막고, 남한의 가족들이 북한에 함부로 못하도록 입을 틀어 막고 묶어두는 것..이런 것들이 당대표자회를 앞두면서 소위 일심 단결돼야 하는 그런 목표 달성을 위해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겠나 하는 판단을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북매체인 ‘열린북한방송’ 도 최근 북한 정부가 김정은 시대를 대비해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 주민에 대한 출신 토대 사업을 실시했다고 전했습니다.

9월에 열릴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외부 세력과 연관이 없는 충성심이 높은 당 간부들을 추려내는 한편,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성분 조사사업이 실시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과 대북매체들은 이런 분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 김영일 한국 성통만사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대표는 국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단속 강화는 사실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당대표자회를 위한 성분 토대사업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에 대해 성분 토대를 통해 선별한다기 보다 권력에 종사하는 사람들, 간부들이라든가 그런 사람들한테 새롭게 권력구조를 짠다는 의미가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이 성분 토대사업을 통해 화폐개혁 등으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일 가능성은 적으며, 북한 내 소식통들에게서 그런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조사연구팀장도 국경지역의 단속 강화는 당대표자회 보다 화폐개혁 후 동요하는 민심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화폐개혁을 작년 말에 하고 나서부터 주민들이 중국으로 뛰쳐 나간다는 불안감 때문에 북한 당국이 남아있는 가족들, 가족 중에 일원이 없는 가정들, 지역들 또는 한국으로 탈북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 대해서 추궁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맥락에서 얘기를 들었고요. 당 지도자 회의에서 충성심이 높은 자들,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분류하는 것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듣지 못했습니다.”

이 팀장은 그러나 북한 당국은 앞서 1990년대 말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끝나가던 불안정한 시기에 주민토대사업을 실시했던 만큼 시기적으로 다시 성분 조사를 실시할 때가 됐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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