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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소녀, 로잔 대회에서 북한 기독교 실상 증언


탈북 소녀가 세계 최대 기독교 행사 가운데 하나인 로잔 대회에서 북한의 기독교 실상에 관해 증언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소녀는 북한에서 선교활동 중 체포돼 공개처형 된 아버지의 아픔을 전하며 북한에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18살인 탈북 소녀 손경주 양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17일 개막된 제 3차 로잔 대회에서 북한 내 기독교 실상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전세계 2백 여 개 나라에서 4천 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한 로잔 대회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복음주의 행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행사는 1974년 스위스 로잔과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 이어 21년 만에 ‘세상과 그리스도의 화목’을 주제로 남아공에서 개막돼 전세계 기독교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해 한국에 입국한 손경주 양은 18일 밤 열린 ‘박해 받는 기독교인들’에 관한 행사에서 마지막 연설자로 나서 북한에서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의 신앙을 생생하게 증언해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손 양은 아버지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복음을 위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고, 결국 2006년 당국에 체포된 뒤 총살형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손 양은 앞으로 외교를 공부해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북한에 전해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기독교 인터넷 신문인 ‘크리스찬 투데이’와 일부 인터넷 누리꾼들은 손 양의 증언이 이틀간 열린 행사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며, 사회 정의에 입각해 복음주의를 강조하는 대회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연설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는 수 년째 북한을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 역시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손 양은 지난 해에도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 인권행사에 연설자로 나서 “하나님을 믿은 게 사형을 당할 정도로 큰 죄인지 묻고 싶다” 며 억울하게 죽어가는 기독교인들과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었습니다.

손경주 양의 아버지인 손정남 씨는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한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국제 인권단체와 기독교단체들이 대대적으로 구명운동을 벌여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 단체들은 평양 상류층 출신인 손정남 씨가 중국에서 기독교인이 된 뒤 북한에서 성경을 배포하는 등 포교활동을 펼치다 체포돼 처형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손경주 양은 기독교 단체의 도움으로 중국 내 한국 외교공관에 진입한 뒤 1년 6개월여만인 지난 해 한국에 입국해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오픈 도어즈’ 등 국제 기독교 단체들은 북한에 적어도 20만 명의 지하교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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