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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북한 화폐개혁 1주년] 3. 시장 통제하려다 시장에 완패


북한 정부가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 조치가 30일로 1년을 맞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고 화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적지 않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1년이 지난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특집방송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의 의도를 정리해 드립니다.

북한 온성시장의 지난 해10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해 초 공개됐습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하기 약 한 달 보름 전의 모습이었습니다.

[KBS 방송] “사용료를 치른 상인들이 지붕형 매대와 길바닥형 매대를 차지하고 물건을 팔고 있고, 구경하는 손님들과 흥정하며 북적이고 있습니다.”

시장은 활기가 넘쳤고, 매대에는 식량과 옷, 신발과 기름 등 없는 게 없어 보였습니다.

화폐개혁 이전 시장에서 쌀 1kg은2천8백원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주민들의 한 달 월급은 2천5백원에서 3천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 장사나 부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계획경제는 망가졌고 대신 시장경제가 커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처럼 커져만 가는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시장경제의 등장이 북한 당국에는 큰 골치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마당으로 나가면서, 당국이 주민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장을 통제하려고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자 화폐개혁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민간 연구기관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소장은 북한 당국은 특히 시장 활동을 통해 시장거래자나 무역업자 등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경제적인 도전일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는 정치적인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도 화폐개혁의 목적이 시장과 시장세력을 통제하고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은행 관계자는 화폐개혁 직후인 지난 해 12월 4일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회견에서, 앞으로는 경제활동의 많은 몫이 시장이 아니라 계획적인 체계에 따라서 이뤄질 것이라며, 국가의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시장의 역할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진 후속 조치들은 북한 당국의 이런 의도를 뒷받침했습니다. 화폐개혁에 이어 계획경제 체제를 강화하는 법률들이 잇따라 제정 또는 개정된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 당국이 순수한 스탈린식 계획경제 체제로 돌아가기를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의 개인적인 경제활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주민 모두를 철저한 국가의 통제 아래 둠으로써,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시장 상인 등 부유층이 축적한 재산을 몰수함으로써, 미래의 잠재적 시장활동을 사전에 막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고, 닉시 박사는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워싱턴의 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인 김광진 씨는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통해 공급과 생산,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을 다 회수해서 생산활동을 통해 유통시킨다, 그 다음에 생산이 되면 공급을 하고 분배를 하고, 그런 순환, 말하자면 과거 사회주의 경제 하의 경제활동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가능하게 해보자…”

정책연구소의 페퍼 소장은 화폐개혁과 이어진 후속 조치들은 북한 당국이 진지한 경제개혁에 착수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심각한 경제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이라는 미봉책을 들고 나왔으며, 이는 북한이 중국식 개혁이나 국제금융계가 요구하는 개혁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후계구도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본격적인 권력 이양에 앞서 내부 단속과 체제결속 효과를 노렸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해거드 교수는 북한에서 화폐개혁이 단행된 시기는 강경파들이 주도하던 시기라면서, 당시 강경파들은 후계구도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연구위원도 북한이 후계 문제 때문에 화폐개혁을 서둘렀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를 데뷔시키고 업적을 쌓고 빨리 경제적인 성과도 이룩해야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서둘러 했을 수도 있죠.”

화폐개혁이 단행된 지 9개월 만인 지난 8월 초에 촬영된 북한 채하시장의 모습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SBS 방송내용] “시장 안은 가판대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고, 통로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구역별로 옷이나 생필품들이 가득 진열돼 있고, 수박, 바나나 같은 여름과일도 눈에 띕니다.”

물가 폭등과 물자 부족 등 화폐개혁의 심각한 후유증에 직면한 북한 당국은 이미 지난 2월 초부터 시장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늦추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현재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3백 개에서 3백50개의 종합시장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통제해 계획경제로 돌아가려던 북한의 화폐개혁.하지만, 이미 주민들의 생명선으로 자리잡은 시장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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