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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 경비 강화…밀수는 계속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가 강화됐지만 밀수 등 비공식적 거래는 다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과 측근들이 권력 강화를 위해 한동안 통제와 공포정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한 소식통은 2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새해를 맞은 북한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보통 때보다 훨씬 냉냉하고 무거운 가운데, 평상시처럼 주민들끼리 수군거리는 모습은 보기 힘들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겁니다.

북-중 국경지역 정보에 밝은 이 소식통은 특히 국경 경비를 더욱 강화하라는 내용의 최고사령관 명령이 며칠 안에 하달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지 며칠 안 됐기 때문에 지금은 임시 비상경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명령이 내려질 것이란 겁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밀수 등 비공식 거래가 다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창바이(장백)의 한 소식통은 양강도 혜산 쪽 관계자들과의 밀수 거래가 4일부터 다시 본격화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애도 기간에는 혜산에 전화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엄중했지만 새해가 되면서 예전 모습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소식통은 애도 기간이 끝난 뒤 북한에 대기 중이던 주민 3명이 탈북해 중국으로 넘어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 역시 북한인 일가족6명이 3일 도강해 안전하게 중국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그러나 앞으로도 적어도 한 달은 국경 지역의 긴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북한 지도부가 하달하는 새로운 조치들에 맞춰 거래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한 동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북 경로로 자주 이용되는 두만강 중, 하류 지역은 국경 경비가 여전히 삼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일본 간사이 대학의 이영화 교수는 4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무산 인근지역은 철통 같은 경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4시간 비상근무 상태예요. 오늘도 전화 받았는데 심해요. 경비가.”

한국의 일부 인권단체와 언론, 대북 소식지들 역시 북-중 국경 지역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동아일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의 방해 전파 확대로 국경 지역에서 중국 손전화기를 사용하는 주민들과의 통화가 매우 힘들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한국의 ‘자유북한방송’ 등 일부 대북매체들은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양강도 연선 지역에 탈북을 막기 위한 지뢰가 설치되고 있다며, 도강하는 탈북자는 무조건 사살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한 탈북자 인권단체는 연말에 혜산에서 중국으로 도강하던 북한 남성 3명이 경비대에 사살됐다고 주장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에 대한 경비 강화는 북한의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암시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제국주의 사상 문화적 침투를 분쇄하고 이색적인 생활풍조를 뿌리뽑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한 민족자존의 정신, 자기 고장, 자기 일터에서 강성부흥의 대문을 남 먼저 열어제끼려는 선구자의 기질 구현” 을 언급해 국경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과 탈북 차단 활동을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3일 발표한 북한 신년 공동사설 분석 보고서에서 김정은이 권력 강화를 위해 정치적 통제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아랍 지역에 불고 있는 반정부 시위(재스민 혁명)의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각종 정보통신 기기에 대한 규제와 사상교육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난과 외부사조와 문물 유입에 따른 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체제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들이 추가로 내려질 것이란 겁니다.

일본 간사이 대학의 이영화 교수는 통제 강화 조치가 적어도 1-2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상당히 강화될 것인데, 통제가요. 공포정치라고 할까 탄압정책이. 적어도 1-2년 정도일 텐데. 왜냐하면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잖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정책의 우선순위가 권력 공고화로 나갈 것이라고 봐요.”

북한 당국의 이런 통제와 국경 경비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으며,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올 권리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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