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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나선 특구 20억 달러 투자의향서 체결


중국 기업이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북 투자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중국의 국영기업이 북한의 나선 경제특구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의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는 지난 해 12월20일 베이징에서 북한의 `조선투자개발연합체’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입수한 투자의향서에 따르면 상지공사는 총 20억 달러를 투자해 나선 경제특구에 화력발전소와 도로, 부두, 석유정제 공장, 제철소 등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20억 달러는 지금까지 공개된 중국의 대북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의향서는 또 앞으로 2~3년간 중국 측이 나선 경제특구 건설에 필요한 기초시설을 건설하고, 이후 5~10년에 걸쳐 동북아시아 최대 핵심 공업특구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 대가로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의향서는 중국의 시찰단이 함경북도 무산 철광산을 둘러보고 연말까지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명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의향서 체결에 북한과 중국의 최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났는데, 이 때 대북 투자에 합의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말입니다.

“기본적인 합의는 이미 지난 해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논의되고 이번에 구체화 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양측의 투자의향서는 제1항에서 ‘양측은 이번 합작이 중-조 두 나라간 고위급의 신뢰와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전략적인 합작임을 공동으로 인식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승리화학공장’을 재건하기로 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승리화학공장은 지난 1976년 옛 소련의 지원으로 지어진 정유공장으로 연간 2백만t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1991년 소련 붕괴 후 이 공장은 녹이 슨 채로 방치돼 왔습니다. 과거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하다 탈북한 김광진 씨의 말입니다.

“북한은 원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원유 정제나 가공에 관심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투자를 바라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번에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중국의 상지공사는 지난 1995년 설립된 국영회사로 석유와 광물자원 개발에 주력해 왔습니다. 또 북한의 조선투자개발연합체는 지난 해 7월 설립된 조선합영 투자위원회 산하기관으로 나선 특구 개발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지공사 측은 의향서 체결 이후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사 인터넷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창 총경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지난해 말 나선 특구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조선합영투자위원회의 안내를 받아 현지의 정유소와 석유제품 전용부두, 석유 저장탱크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지공사 측은 또 자신들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해 촬영한 기념사진을 공개했으나, 7일부터는 문제의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투자의향서가 체결됐다고 해서 중국의 대북 투자가 바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측이 합의한 것은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의향을 밝힌 것에 불과한 만큼, 계약과 실천 단계에서 얼마든지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에 투자 이행 과정에서 대북 투자가 중단되거나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다고 탈북자 김광진 씨는 밝혔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문제가 있죠. 사람들을 채용해 월급을 주는 문제, 통신, 출입, 세관, 세금, 돗자리를 펴고 오라고 해도 원래 외자 유치 힘든 법인데, 그런 것들이 모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1년 함경북도 나진과 선봉을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하고 외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북한이 유치한 외자는 8천만 달러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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