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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씨 가족 왕조” - 중국 언론


중국 언론매체들이 최근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을 ‘세계 10대 금기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고 북한을 ‘김씨 가족 왕조’라고 지칭하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상반기 북한과 중국의 교역 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 증가해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문) 중국 언론들이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을 세계 10대 금기지역 중 하나로 꼽고 북한을 ‘김씨 가족왕조’라고 지칭하는 기사를 게재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답)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뉴스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인터넷판인 ‘환구망’에서 지난 10일 ‘세계 10대 금지된 지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을 4위로 꼽으며 북한의 최고 기밀조직 중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환구망은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이른바 ‘김씨 가족 왕조의 정치경제적 명운이 걸려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기사는 중국 관영 국제뉴스 전문지인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이 영국,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베일에 싸인 곳을 추측을 곁들여 소개한 것이지만, 공산당과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 언론매체들이 북한 노동당 39호실을 기밀조직으로 소개한 동시에 북한 최고 지도부와 관련해 ‘김씨 가족 왕조’라고 지칭한 것은 북-중간 특수 관계를 놓고 볼 때 매우 이례적입니다.

문) 중국 언론이 ‘북한 노동당 39호실’을 소개한 내용을 좀 더 전해주시죠.

답) 환구시보는 인터넷판 환구망에 올린 기사에서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비밀조직이긴 하지만, 중국과 스위스에 10개 내지 20개의 은행계좌를 개설해 위조와 돈세탁과 다른 불법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인들은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부 인사들은 노동당 39호실이 마약밀수와 불법 무기거래에도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단언하고 있다고 환구망은 덧붙였습니다.

이어 환구망은 김정일 위원장의 관할 아래 120개 대외무역회사도 있다면서, 노동당 39호실은 평양의 모 노동당 건물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환구망은 이 기사와 함께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인민군이 사열하는 모습의 사진을 올려 놓았습니다.

문) 중국 관영 언론의 이 기사 보도는 북-중 관계와 관련해 어떤 의도나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 환구망에 이어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언론매체들이 인터넷판에서 북한에 대해 이런 보도를 한 것은 주목을 끌려는 인터넷의 선정성 때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따라서 이번 중국 관영 언론들의 보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중국내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서 환구망이 보도한 이 기사는 곧바로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网)에도 게재됐고, 관영 뉴스통신사인 인민일보를 기사 출처를 인민망으로 소개한 이 기사를 인터넷판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어 중국 국무원 뉴스사무실이 주도하는 중국 국가 포털 사이트인 ‘중국망’의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다만 환구시보와 인민일보는 이 기사를 인터넷판에서만 게재했을 뿐, 지면에는 싣지 않았습니다.

문) 중국 언론이 북한 노동당 39호실을 비밀조직으로 거론하고 북한 최고 지도부를 ‘김씨 가족 왕조’라고 지칭한 것은, 자체적인 취재와 의견을 반영한 것인가요?

답)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 환구시보 등이 인터넷판에서라도 북한 노동당 39호를 비밀조직으로 소개하고 북한 최고 지도부를 ‘김씨 가족 왕조’라고 지칭한 것은 처음이지만요, 이 기사는 자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한 것이 아니라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실렸던 영문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 중문으로 번역해 게재한 것입니다. 실제 중국 언론이 보도한 세계 10대 금지된 지역 기사는 순위와 지역 설명과 사진에서 서방 웹사이트의 영문 내용과 대부분 같습니다. 아울러 중국 언론 자체의 논평도 새로 추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중국에서도 접속이 되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는 중국 언론 기사와 같은 영문 내용이 10여개 이상 검색되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시나(Sina.com)의 블로그 코너에서 한 블로거는 지난 7월 22일 ‘세계상 10대 비밀 지역’이라는 제목으로 영문 내용을 복사해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 하지만, 북한 노동당 39호실을 비밀조직으로 거론한데다 북한 최고 지도부를 ‘김씨 가족 왕조’라고 지칭해 북한 쪽이 반발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중국 당국은 이 기사 보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답) 환구시보와 인민일보는 인터넷판에서 북한 노동당 39호실을 세계 30대 금지된 지역으로 소개한 기사를 보도 하루만에 삭제했습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도 관련 기사가 검색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는 그 동안의 유사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중국 당국이 북한 쪽을 고려해 취한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오늘 현재 관영 뉴스통신사인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을 비롯해 중국 국가 포털 사이트인 ‘중국망’의 홈페이지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중국내 인터넷 매체와 함께 일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의 홈페이지에 아직까지 남아있고, 중국 네티즌들도 인터넷 게시판과 토론 사이트에 이 기사를 옮겨 놓았습니다.

문) 따라서 이번 중국 언론의 보도가 북-중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한데요?

답) 중국 언론의 이번 보도가 북-중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중국 쪽에서는 보도 내용이 워낙 민감한 부분인 점이 걸리긴 하지만, 중국 당국이 해당 기사를 웹사이트 상에서 삭제하도록 조치를 신속히 취함으로써 북한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중국 쪽은 이 같은 보도 방향이 정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요즘 중국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이 북한을 비난하거나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내용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상황에서 새삼 이번 보도만을 가지고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안함 사태에 이은 추가 대북 제재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북-중간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데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이번 보도로 인해 양국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문) 끝으로 한 가지 소식 더 들어보죠.

올 상반기 북한과 중국의 교역 액이 지난해 보다 늘면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요?

답) 지난 상반기 북-중간 교역액은 12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8% 증가했다고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이 어제 중국 세관 통계를 인용해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동안 북한의 중국 수출은 3억5천만달러로 1.1% 감소한 반면, 북한의 중국 수입액은 9억4천만달러로 25.2% 증가해,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상반기에만 5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48.5%나 급증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주요 물자는 식량 14만t, 원유 30만t, 비료 10만t 등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밀가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3% 급증했고 전화와 통신 기기가 381% 늘어나며 급증세를 보였습니다.이처럼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원인으로는 남북한 관계 경색으로 교역이 중단되고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일본과도 교역이 거의 중단되면서 북한이 필요한 물자를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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