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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심리전 방송, 북한 병사와 주민들에 큰 영향”


한국 정부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앞으로 비무장지대 내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과 파급효과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답) 한국의 김태영 국방장관은 어제 (24일)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심리전 재개는 정전협정, 남북 불가침, 상호 비방 중상 금지 등의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정당한 대응 조치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김태영 장관의 발표 뒤 어제 오후부터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문) 심리전 방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집니까?

답) 우선 고주파 방송인 FM 라디오를 통해 하루 3회 10시간을 방송합니다. 첫 회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두 번째 방송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 그리고 마지막 방송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방송합니다. 그러니까 하루 10시간이죠. 중부전선은 107.3 MHz, 서동부 전선은 103.1 MHz 로 송출됩니다.

문) 확성기를 통한 방송도 재개될 예정이라고요?

문) 남북 군사분계선에 걸쳐 적어도 94곳에 대형 확성기를 다시 설치해 FM 방송을 확성기로도 방송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확성기는 낮에는 10 킬로미터, 밤에는 24 킬로미터까지 북한 안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확성기 1개 당 48개의 대형 스피커가 붙어 있다고 합니다. 그 밖에 군사분계선 11개 지역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북한 병사들이 여러 소식들을 생생하게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전광판 설치는 4-5 개월 정도 걸릴 전망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또 대북 전단 살포도 곧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라디오, 확성기, 전광판, 전단 등을 통해 심리전을 재개한다는 얘기인데,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룹니까?

답) 세계 12대 경제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발전 모습과 자유 민주주의 세계의 우월성, 남북한 체제의 비교, 신세대 가요 등 다양한 음악, 국내외 뉴스 등을 전할 계획입니다. 또 천안함의 자세한 침몰 배경도 전하고 있습니다.

문) 한국 정부의 대북 선전방송이 얼마 만에 재개되는 거죠?

답) 지난 2004년 6월 15일에 중단됐으니까 6년여 만에 재개되는 겁니다. 남북한은 당시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었습니다. 방송이 중단됐을 때 냉전의 상징이 사라졌다며 반긴 쪽이 있었는가 하면, 한국이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북한의 폐품과 바꿨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습니다.

문) 북한의 폐품과 바꿨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답) 북한은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극심한 전력난 때문에 대남 방송을 형식적으로만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개당 2억원을 투입해 확성기를 교체하며 성능 면에서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장비를 갖추고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통전부는 이미 1999년부터 효율성에 한계를 느껴 대남 방송인 ‘구국의 소리’를 사실상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인터넷 심리전 등으로 일부 대남 부서를 교체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도구를 이미 효력이 다한 대남 방송과 맞바꿨다는 것이죠.

문) 한국 정부는 이미 방송을 재개했는데,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됩니까?

답) 북한 병사들과 주민들의 사고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란 견해가 높습니다. 지난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북한 정찰대 소속으로 근무하다가 백령도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이 덕남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대북 방송을 통해 북한의 진실과 외부정세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거죠. 한국에서 올림픽 했던 것 1988년도에 한국이 몇 등 했다든지,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가 교수형을 받았다든지, 그리고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가 붕괴됐다든지..이런 구체적인 상황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짓말 같았는데 북한에서 나중에 외교관들을 통해 이따금씩 발표되는 걸 보면 아 사실이구나 깨닫게 되는 거죠.”

이 씨는 1980년대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가요 ‘독도는 우리땅’이 북한에서도 유행한 배경에는 확성기 방송을 통해 노래를 익힌 북한 병사들의 전파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한국의 인기 가요를 북한 병사들이 즐겨 불렀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선전방송을 통해 정치적 효과 뿐아니라 정서적 교감도 나눌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선임연구원은 선전방송이 북한 병사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휴전선 지대에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을 굉장히 즐겁게 해 줄 거예요. 좋은 노래도 많이 듣고, 남한 등 국제소식도 많이 듣고. 제가 알고 있는 제대 군인들은 한국 노래 몇 개씩 불러요. 다 부를 줄 알고 기타로도 연주하고. 공개적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은밀한 여성들과의 데이트 때도 한국 노래를 유행가처럼 부르거든요. 녹음기에 잡아 갖고 다니기도 하고.”

김 연구원은 대북 심리전 방송이 북한의 현실을 일깨워주는 효과 뿐아니라 장래 북한에 발생할 수 있는 급변사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급변사태 대처 효과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답) 북한 군인들에게 평양 등 내부에서 발생하는 급변사태에 대한 정보들을 신속하게 제공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대북 방송이 도울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지난 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후부터 급변사태에 대비해 이런 대북 방송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 간부 출신의 탈북자 장진성 씨는 북한은 이념국가이기 때문에 이념적인 접근이 김정일에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북한 정권에 핵폭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 북한 당국은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에 확성기와 전광판을 공격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6년 만에 재개되는 심리전 방송이 어떤 결과를 거둘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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