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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권단체, “북한, 식량 배급 포기.주민 자급자족 지시”


북한은 최근 국가 차원에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각 부문별로 자력갱생을 도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국의 민간단체가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북한 당국의 식량 자력갱생 지시는 새삼스런 조치가 아니라며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달 하순 국가의 식량배급 중단을 선언하고, 그동안 암묵적으로 인정해온 시장 거래를 공식 허용했다고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주장했습니다.

‘좋은벗들’의 법륜 이사장은 14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지난 달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시문을 내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가중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국가 차원의 식량 배급을 중단하고, 시장과 개인의 무역 활동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법륜 이사장은 설명했습니다.

당 지시라는 것은 ‘현재 조선의 식량 사정에 관하여’란 제목의 지시문입니다.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어려워진 식량 사정에 대해 현재 국가에선 식량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각 단위들은 부분별로 대책을 세우고 자급자족하라 이런 내용입니다. 또 그동안 단속했던 시장을 전면 허용하겠다, 그리고 각종 무역 통제와 규제를 철폐하겠다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륜 이사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기대했던 식량 지원이 계속 이뤄지지 않자 노동당이 할 수 없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 같다”며 “이번 식량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어 90년대 대규모 아사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한 주민은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당국으로부터 배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장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배급이 중단됐습니다. 이전에 ‘미공급 때’ 즉, 96년 고난의 행군 때 그 때만큼 힘듭니다. 여기 식량 사정이 긴장한 건 사실이고 개인 소매로 해서 먹고 산단 말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식량 자급자족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식량이 제일 곤란한 형편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보다 좀 더 힘들다면 힘들고, 화폐 교환 이후로 좀 더 힘듭니다. 첫째도 둘째도 먹는 문제가 급선무입니다.”

이 주민은 “장마당이 허용됐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쌀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마당이 완전히 풀렸어도 통제하는 상품이 많고 또 화폐가 없단 말입니다. 화폐가 제한되다 보니 수중의 돈이 옛날처럼 많지가 못하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쌀을 사먹을 형편이 못돼요. 돈이 조금 있으면 하다못해 죽을 해 먹고 강냉이 쌀이라도 사먹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주민들 생활이 50-60%는 죽을 먹습니다. 식량이 대단히 곤란한 지경이란 말입니다.”

이 주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에서마저 식량 지원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외부로부터 식량이 지원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지난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주민 한 사람당 20일치 식량이 배급된 이후 평양을 포함한 전 지역 내 모든 계층에 식량배급이 중단됐고, 시장에 나가기 어려운 농촌 주민들 사이에서 아사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배급제는 그동안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데다 식량의 자력갱생 조치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며 “실제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는지는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배급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 나름대로 생존 방식을 터득해 왔다”며 “지금 이 맘 때가 북한 내 식량 사정이 가장 안 좋은 시기로, 6월 말 이모작 작물이 수확되기 전까지 식량난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북한은 50만t에서 1백30만t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한국 정부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가의 식량배급 중단으로 북한 주민들의 시장 활동은 자유로워졌지만 내부통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륜 이사장은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보위부가 탈북자가 있는 세대를 강제로 이주시키는가 하면, 한국 내 친지와 전화통화하다 적발된 주민들은 교화소로 보내는 등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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