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은 2일 개원 11주년을 맞아 서울 북한이탈주민 종합센터에서 ‘탈북자 의료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하나원 내 하나의원의 윤재영 공중보건의는 “탈북자 가운데 상당수가 결핵과 B형 간염 등 전염성 질환에 감염된 상태로 한국에 입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원에 따르면 1999년부터 최근까지 입국한 탈북자 1만 6천 여명 가운데 2%가 결핵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재영 보건의는 “매년 전체 탈북자의 2%가 결핵에 감염된 채 입국하고 있으며 탈북자 수가 늘어나면서 결핵환자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2% 정도지만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늘어나면서 결핵 보유 탈북자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중 20-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결핵연구원에 따르면 56%가 내성을 보이고 21%는 (약으로 쉽게 낫지 않는) 다제내성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난 3월 ‘북한 내 결핵통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매년 인구 10만 명 당 3백44 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도 8만9천 여명의 환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결핵환자 수는 10만 명 당 90 명으로, 북한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B형 간염 보균율도 2004년부터 최근까지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자 가운데 11%로, 한국 국민의 3배에 달합니다.
윤 보건의는 “탈북자의 결핵, B형 간염 발병률이 높은 것은 북한 내 의료체계가 붕괴된 데다 영양 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검진 프로그램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탈북 여성 10 명 가운데 9 명이 산부인과 질환에 걸렸고, 증세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30대 탈북 여성의 경우 자궁암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하나원 퇴소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고 하나의원의 권민수 공중보건의는 지적했습니다.
권 보건의는 “탈북 여성들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탈북 여성을 위한 전용 병원과 의료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5년 간 여성 입국자는 75-78% 나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가임기 여성은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부터 산부인과 문제를 가져오는 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약물이나 치료를 못 받아 임신과 출산 시 부적절한 관리나 치료로 인해 산부인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 인하대 이수경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 살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탈북자들이 비만 등 만성 퇴행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사셨고, 지금은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에서 살다 보니, 식량이 풍족해서 좋은 거라고 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지침없이 오히려 탈북자들에게 안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교수는 특히 “만성 영양부족인 아동이 정상체중인 아동에 비해 동일한 칼로리를 섭취할 경우 과체중이 될 확률이 2.6배에서 8배까지 높다”며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의 엄종식 차관은 “탈북자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이 남북 통일을 이루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토론회를 계기로 탈북자의 의료지원 정책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모두 1만9천 명으로 올 하반기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