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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쌀 비료 제공하면 상봉 정례화 가능”


27일 회담에서 악수하는 남북 적십자 대표들. 오른쪽은 남측의 김용현 수석대표, 왼쪽은 최성익 북측 수석대표.
27일 회담에서 악수하는 남북 적십자 대표들. 오른쪽은 남측의 김용현 수석대표, 왼쪽은 최성익 북측 수석대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 현안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오늘(27일)까지 이틀간 열렸던 남북적십자회담을 일단 마무리하고 다음달 25일 추가 회담을 갖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한국이 쌀과 비료를 대규모로 지원하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밝혀 다음 회담에선 이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은 27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이틀간 가진 남북적십자회담을 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마쳤습니다.

남북 양측은 하지만 다음달 25일 추가 적십자 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측이 대규모 쌀과 비료를 제공하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측 대표단의 김용현 수석대표는 회담을 마친 뒤 자남산여관에서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북측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함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쌀 50만톤과 비료 30만톤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규모 지원은 적십자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고 당국이 검토할 사안”이라고 한국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김 수석대표는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측 회담 관계자는 “북측 대표단은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면 상봉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들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산가족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를 연계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북측은 아울러 상봉 정례화를 위해서는 상봉장소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실무회담이 빨리 개최돼야 한다고 한국측을 거듭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측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몰수 조치는 한국이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관광 문제는 별개” 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국측은 회담 첫날 제기했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와 생사주소확인, 서신교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 25일 한국측 지역인 문산에서 적십자 회담을 다시 갖자고 제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오후 마무리 전체회의에서 한국측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회담 장소는 추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협의키로 했습니다.

한국측 회담 관계자는 “다음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북측이 제기한 인도적 협력 사업 문제를 동시에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규모 대북 지원은 인도적 지원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 사정, 국민 정서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할 정치적 사안이라는 입장이어서 차기 회담에서도 남북이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런 대규모 지원은 국민적 합의 뿐만 아니라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부터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려면 적십자 회담만이 아닌 다양한 수준의 당국간 회담 등 여러 협의 통로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해 남북 고위당국자간 회담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앞서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달 초 독일 방문 중에 “남북협력 관계에 비대칭적 상호주의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이 반드시 있고 그러면 한국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비대칭적 상호주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문제에서 남북간 협력 모델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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