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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의 경공업 - 2. 전망


북한은 올해도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공업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경공업에 대한 두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북한 경공업의 발전 전망과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북한은 올해 주요 정책방향을 담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또 다시 경공업을 강조했습니다.

“강성국가 건설의 주공 전선인 경공업 부문과 농업 부문에서 함남의 대혁신의 불길이 더욱 세차게 타오르게 하여야 한다.”

북한은 나름대로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주민들의 기호에 맞고 주민들의 인정을 받는 질 좋은 경공업 제품들을 더 많이 생산하고, 경공업 부문에 필요한 원료와 자재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경공업성의 최일룡 부상은 관영 `조선중앙TV’와의 회견에서, 올해도 경공업을 발전시켜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민소유품 생산에서 더욱 큰 악양을 일으킴으로서 올해를 경공업이 용을 쓰는 해, 인민들이 경공업의 덕을 보는 해가 되게 하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서울의 민간 연구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경공업은 중화학공업에 비해 단기간에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화학공업은 장치산업이고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발전시키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경공업은 북한 내 자원을 갖고도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 연구위원은 그러나, 그렇게 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공업 쪽이 워낙 부족하니까 그쪽에 집중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중공업 쪽의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공업 발전도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경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생산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체제를 바꿔 가지고 인센티브 같은 것을 도입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은 원활하게 수입을 해 가지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가야 하고…”

조 연구위원은 또 낡은 경공업 공장 시설들을 최신 설비로 현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 같은 사회주의 체제가 경공업에 중점을 두는 것에 일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공업보다 경공업을 강조할 경우, 그 만큼 주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과연 이 같은 경공업 우선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몇 년째 경공업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 편에서는 김정은 후계체제 수립 과정에서 시장과 외화 사용을 통제하는 등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폈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경공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적으로 시장지향적인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가나 공장 관리자들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많이 생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또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경공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고, 재산권 보호 등 안전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기업들은 북한 내 투자환경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냈다고 해거드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서울의 탈북자 학술단체인 NK 지식인 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북한경제 전반이 피폐한 상황에서 경공업을 강조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경공업 공장을 돌리자면 전기가 있어야 되고, 전기를 제대로 생산하자면 발전기가 돌아가야 되고, 발전소는 또 석탄 생산이 필요하고… 이게 전체 순환고리가 돼 가지고 뭘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 지 고민이었거든요.”

김 대표는 북한이 경공업 생산을 늘려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국가의 중앙통제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계획체제에서 경공업을 제외해 개인이 상공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외부에서 원자재와 원단 등을 들여올 수 있도록 수출입도 자유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은 북한의 경공업 발전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며, 북한 당국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결책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북한이 싫어하는 개혁개방이라는 거 차제가 해결책이거든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으니까 해결책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동용승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공업 발전을 위해서는 대외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이나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원과 기술을 조달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동용승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문제라든가 국제사회와의 대립 때문에 외부세계와 원활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궁극적으로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풀어야만 경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순서로 북한의 경공업에 대한 두 차례 기획보도를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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