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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북한이 ICBM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


지난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탄두를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 KN-08 장거리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지난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탄두를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 KN-08 장거리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고 언급한 뒤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ICBM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는데요. ICBM은 어떤 무기이고, 북한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형주 기자가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녹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 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륙간탄도로켓도 마감단계에 이르렀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 ICMB 시험발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년사 다음날인 지난 2일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의 반응을 맞받아 치며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수뇌부가 결심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겁니다.

[조선중앙TV/북한 외무성대변인 대답]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우리의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수소탄을 개발하고,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위협할 경우 격추할 것”이라며 곧바로 응수했습니다.

[녹취: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의 영토와 동맹국의 영토로 날아와 위협이 된다면 격추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공식 언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단 ‘관심 끌기’에는 성공한 셈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말합니다.

사거리가 미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직선거리인 5천 500km를 넘으면 ICBM으로 분류합니다.

ICBM은 전략폭격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과 함께 전략핵무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전략핵무기와 달리 발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선제공격용으로 용이합니다.

미국과 옛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은 냉전이 시작된 1950년대부터 본격화됐습니다.

1957년 당시 소련은 세계 최초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R-7’을 발사했습니다.

2년 후 미국도 ‘아틀라스(Atlas)’ 미사일을 배치하며 ICBM 개발에 가세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적의 탐지가 쉽지 않은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했습니다.

미국, 러시아와 함께 현재 ICBM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스라엘 정도입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800여 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사거리가 300-500 km인 스커드 미사일을, 90년대는 이보다 사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난 노동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사거리 3천 km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을 실천배치했습니다.

이후 핵실험과 병행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 이후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이동식 ICBM인 KN08을 세 차례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핵탄두를 장착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것은 북한의 최대 전략적 목표입니다.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핵탄두 경량화, 장거리 운반 체계,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핵탄두 폭발체로 보이는 구형 물체를 공개하며 ‘핵탄두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 TV 보도]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는데 이것이 진짜 핵 억제력이라고…”

특히 지난 5차 핵실험 직후에는“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기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주장이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이춘근 연구위원 /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상당히 소형화가 돼 있는 크기고 그래서 노동미사일 정도에는 충분히 탑재할 수 있을 것 같고 스커드 미사일도 가능할 것 같고. 규격화, 표준화를 이야기 했으니까 이것으로 대량생산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죠.”

북한은 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을 지난해 8차례나 시험발사했습니다.

무수단의 사거리는 3-4천km로, 태평양 미군기지가 있는 괌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6월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6월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8번의 발사 가운데 단 한 차례만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무수단의 사거리와 성능이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미 국방부의 제임스 키슬링 연구원과 네덜란드 국방대학 랄프 세이블스버그 교수는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 기고문에서 모의실험 결과 무수단의 사거리를 2천 ㎞ 안팎으로 추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거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라고 지적합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타격 지점에 근접해 다시 진입해야 합니다. 이때 엄청난 공기 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열과 마모에 탄두가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이 현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입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올 때 그 때 엄청난 속도, 열, 대기권 안으로 다시 들어오면 마찰이 생기잖아요. 열이 6~7천 도가 되는데 핵탄두가 터지지 않게끔 고온, 고압을 견디면서 목표물에 떨어져야 하는데 그 재진입 기술이 없다라는 거죠.”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이런 기술상의 이유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데 2, 3년, 무기화 하는데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너선 맥도웰]

그런가 하면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북한이 지난해 전례 없는 수준의 활동을 한 결과 역량이 질적인 향상을 이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2016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달했다면서도, ICBM 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ICBM 발사를 언급한 것은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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