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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연정 붕괴로 정국 혼란

  • 김연호

중동의 레바논이 정국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출범한 지 1년을 겨우 넘긴 연립정부가 붕괴됐기 때문인데요, 하리리 총리의 미국 방문 시기를 노리고 반대 세력이 연립정부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하리리 총리에게는 큰 충격이었겠 습니다. 미국 방문 중에 연립정부가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져서 말이죠.

답) 네, 하리리 총리가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는 동안 연립정부가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비롯해 야권 소속 장관 11명이 동반 사퇴한 겁니다. 레바논의 내각은 모두3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헌법상 구성원 3분의 1이상이 이탈하면 내각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문) 연립정부 안에 야권 인사들이 3분의 1이나 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하리리 총리가 이끄는 친 서방 세력이 지난 2009년 총선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야권과 손을 잡았습니다. 일종의 거국 내각을 꾸린 거죠. 어렵게 연립정부가 세워지기는 했지만 그 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분란이 많았습니다.

문) 야권 인사들이 지난 1년 2개월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번에 갑자기 사퇴한 이유는 뭡니까?

답)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 재판소의 조사가 결정적인 이유가 됐습니다.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는 하리리 총리의 아버지인데요, 친서방 정책을 펴다가 지난 2005년 2월 의문의 차량 폭탄테러로 숨졌습니다. 그 뒤 서방진영의 지지를 받아 유엔 레바논 특별재판소가 세워져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을 포함한 용의자들을 곧 기소할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헤즈볼라 측은 여권에 긴급 각료 회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헤즈볼라가 연립정부 붕괴라는 초 강수를 선택한 겁니다.

문) 헤즈볼라가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나왔습니까?

답) 어떤 증거가 나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가 실제로 이뤄져야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헤즈볼라의 연루 설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대국 시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하리리 전 총리가 시리아의 내정간섭에 반대하고 친 서방 정책을 표방하다 암살된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암살사건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헤즈볼라 대원들이 하리리 전 총리의 동태를 감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하지만 헤즈볼라가 암살사건 연루 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게다가 헤즈볼라는 유엔 특별재판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재판소가 친 서방 측이고 헤즈볼라를 적대시하는 세력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정치적 편향성을 안고 있습니다. 특별재판소가 헤즈볼라 대원을 한 명이라도 체포하려 한다면 그 손을 잘라 벌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문) 상황이 그 정도라면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겠군요?

답) 네, 여야 정치 세력뿐만 아니라 종파 간 분쟁이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레바논은 지난 1975년부터 15년 동안이나 내전을 겪었고 지난 2008년에도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어렵게 이룬 정치적 화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아랍연맹은 여야 간에 대화를 포기하지 말라면서 오직 국가적 합의만이 레바논을 내전의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문) 미국과 유엔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미국은 연립정부를 붕괴시킨 헤즈볼라를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백악관은 레바논 정부가 국민의 열망을 충족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헤즈볼라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특별재판소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업무를 존중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연립정부가 붕괴됐으니까 다시 정부를 꾸려야 할 텐데, 새 정부의 윤곽은 나타나고 있습니까?

답) 아직은 과도정부 상태입니다.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총리직을 계속 맡아달라고 술레이만 대통령이 하리리 총리에게 요청한 상태입니다. 다음주부터 대통령과 의회가 새 총리로 누구를 뽑을지 협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레바논 헌법상 총리는 수니파에서 나와야 하는데, 야권은 하리리 총리에 맞서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인사를 내세우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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