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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참전용사 23명의 이야기, 6.25 회고록 출간


지난해 7월 60년 만에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오른쪽)과 함께 한 강석희 씨가 6.25 전쟁 당시 백선엽 사단장으로부터 받은 제대증명서를 들고 있다.

지난해 7월 60년 만에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오른쪽)과 함께 한 강석희 씨가 6.25 전쟁 당시 백선엽 사단장으로부터 받은 제대증명서를 들고 있다.

6.25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4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온 한 노병이 참전용사의 상흔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수 년 동안 미군과 한국 군 전우들을 찾아 다니며 60년 전 전투의 기억을 생생히 남겼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방대한 자료 수집과 정리는 5년 만인 이달 초 마침 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회고록’, ‘나라를 지킨 젊은 날의 회상’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한국 군 제1사단 전차공격대대 수색대 소속 강석희 일병과 백발이 성성한 80대 노병들의 60년 전 기억입니다.

[녹취: 강석희 씨] “수류탄을 참호에 던지는 순간 그 쪽에서도 수류탄을 던졌나 봐. 태양빛보다도 더 하얀 그런 섬광이 쾅 하고, 코에 화약 냄새가 나면서 정신을 잃었어.”

강 일병은 패주하는 중공군을 추격 중이었습니다.

수류탄 파편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실명하고 온 몸에 부상을 당했는데, 그 날의 역겨운 화약 냄새는 63년이 흘렀어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자신과 전우들의 기억과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책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녹취: 강석희 씨] “3년 1개월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처절하게 동족상잔을 했던 비극이기 때문에 꼭 그 경험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죠.”

지난 1972년 미국에 이민 온 강 씨는 ‘대한민국 뉴욕 6.25참전 유공자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그 때 인연을 맺었던 뉴욕 일원의 노병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평생의 상흔을 회고록으로 묶었습니다.

오랜 기록을 뒤져 소속 부대와 개별 전투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더딘 작업이었습니다.

[녹취: 강석희 씨] “혼란 속에서 전쟁들을 했기 때문에 대강 고지명, 지역-철원이라든가 춘천-이런 걸 기억들을 했기 때문에 그걸 기초로 실제적인 기록을 찾았죠.”

힘들게 정리한 미군 참전용사 5명, 한국 군 참전용사 18명의 기억 속엔 전쟁의 비극과 참전의 시련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북진능선 역습작전을 지원하고, 적군 시체의 신발을 벗겨 갈아 신은 뒤 폐허가 된 서울 거리를 행진하다가, 중공군에 밀려 포항까지 후퇴합니다.

피 묻은 담요를 끌어안은 채 밤새 추위와 싸우고, 82mm 박격포 포탄 공격에 식사 중이던 전우의 팔과 다리가 하늘로 치솟는 참상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미군 초소에서 새어 나오는 커피 향과 빵 굽는 냄새에 취하고, 따뜻한 목욕물에 모처럼 몸을 담글 때는 치열한 전투 와중에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뉴욕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강 씨는 노병들을 영원한 청년으로 불렀습니다.

[녹취: 강석희 씨] “청년들이 순수하고 비굴하지 않고 죽음에 앞서서도 의연해 하면서 기개를 살렸거든요.”

젊은 날을 회상한 23명의 참전용사 가운데 3명은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최근 세상을 떠났습니다.

강 씨는 전장에서 산화한 전우들과 이후 60년을 함께 해온 노병들에게 회고록을 바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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