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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64주년, 미국서 추모시설 건립 잇따라


샌프란시스코 프리시디오 국립묘지에 세워질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의 조감도.
샌프란시스코 프리시디오 국립묘지에 세워질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의 조감도.

25일은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미 서부 지역에서는 최근 6.25 참전 기념비 건립 모금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데요, 6.25가 자유를 수호한 승리의 전쟁임을 후대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 6.25 전쟁 현장음]

1950년 6월25일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64주년을 맞았습니다.

당시 지정학적으로 한국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미국은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고 북한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남한을 침공하자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유엔의 결의에 따라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3년을 계속된 이 전쟁에서 남북한 주민과 병사 수 백만 명이 사망하고, 미군도 3만 6천 574 명이 희생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전쟁은 오랫동안 ‘잊혀진 전쟁’으로 치부돼 왔습니다.

[녹취: 미 국방부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It was forgotten war…”

미 역사가들은 당시 미국인들이 한반도의 존재조차 잘 알지 못했고, 2차 세계대전의 승리와 교차되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줄어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미국인들의 인식은 지난 1995년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옆에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조성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립공원관리국 (National Park Service)은 한국전쟁 기념공원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350만 명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인기가 높은 추모공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승리한 전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Korea was a victory. When 50 million South Koreas…”

5천만 인구가 활기찬 민주주의를 누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국가로 성장한 한국과 압제와 빈곤이 만연한 북한의 대조적인 모습을 볼 때 한국전쟁은 승리한 것이며 이는 참전용사들의 유산이란 겁니다.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때 참전 사실 조차 제대로 내세우지 못했던 참전용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자신감을 얻었고 한국 전쟁의 소중한 가치를 결코 잊지 말자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추모시설 건립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미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 (Korean War Veterans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40여 개 주에 100 개 이상의 한국전쟁 참전비 등 추모시설이 세워져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건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참전용사 미망인의 기부로 미 남부 오클라호마 주에 새 시설이 세워졌고, 올해는 지난 5월 메모리얼 데이, 현충일에 맞춰 오하이오 주에 추모비가 건립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내년에 샌프란시스코에 미 서부 최대 규모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건립될 예정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한국전쟁기념재단 (KWMF)의 존 스티븐슨 사무총장은 23일 ‘VOA’에, 4년 전부터 추진한 기념비 계획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스 총장] “Right now we’ve raised little under 1.9 million…”

현재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목표액 3백 48만 달러 가운데 1백 90만 달러가 모금됐다는 겁니다.

스티븐스 총장은 한국 국가보훈처가 1백 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계획이 한국 국회에서 승인되면 내년 1월쯤 착공식이 열려 가을 안에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티븐스 총장은 6.25전쟁에 해병대 장교로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 등에 참전한 백전노장으로, 93살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기념비 건립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티븐스 총장은 기념비 건립을 통해 미군이 자유 수호를 위해 치른 대가와 고귀한 정신을 다음 세대가 결코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스 총장] “We want to build to a memorial to commemorate the sacrifices as made by…”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승리의 전쟁임을 미국과 한국의 다음 세대가 꼭 배우길 바란다는 겁니다.
스티븐스 총장은 특히 기념비가 세워질 프리시디오 국립묘지가 갖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티븐스 총장] “The memorial will be on Presidio of San Francisco…”

이 지역은 과거 미 육군 기지가 있던 곳으로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한국으로 출항하고 복귀하던 상징적 장소란 겁니다.

스티븐스 총장은 기념비 건립 모금운동에 미군 참전용사들 뿐아니라 현지 한인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기념비 건립에 1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재미 한인 사업가 김만종 씨는 23일 ‘VOA’에, 한국을 지켜준 데 대한 당연한 보은으로 생각해 기쁘게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만종 씨] “미국 참전용사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전세계에서 정말 인정을 받는 엄청난 나라가 됐겠습니까? 항상 감사하죠. 특히 6.25 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저희가 참전기념비를 세워서 후세들에게 레슨을 주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티븐스 사무총장은 새 참전기념비가 세워지면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게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념비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동맹국의 우정과 자유의 소중함을 다음 세대에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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