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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트럼프 대북정책…미 전문가 20명 제안


지난 1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 뉴스 화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 뉴스 화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직면하게 될 핵심 현안으로 꼽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굳건한 미-한 동맹 아래 초강경 대북 압박을 조언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현실적 대안은 북한과의 핵 “동결” 협상 뿐이라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백성원 기자가 전문가 20명의 제안을 들어봤습니다.

‘VOA’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대북정책 제안에는 “제재(8명)”와 “중국(8명)”이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 등장합니다.

이어 “동결(7명)”과 “동맹(7명)”이 같은 빈도로 언급되고 “대화(5명),” “인권(4명)”이 뒤를 잇습니다. 그밖에 6자회담, 정권교체, 통일, 평화조약 등도 키워드로 분류됩니다.

이 가운데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입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실장]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중국에 안보와 비용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에 이해시키는 것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실질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설득하는 방식에서는 전문가들 간 시각 차가 엿보입니다.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 석좌연구원과 윤선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여와 대화에 무게를 뒀습니다.

반면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불법자금 세탁을 도운 중국 은행을 미 재무부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보다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미 차기 정부의 대북 압박은 북한과의 불법 거래에 연루된 중국, 싱가포르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은행과 위장 회사를 지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 등 제재의 칼날을 겨눠야 한다는 이 같은 주장은 중국의 대북 접근법은 비용이 혜택을 초과해야만 바뀔 것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정책 제안은 ‘중국 카드’와 아울러 북한에 대한 직접 제재가 여전히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금융제재 등 전통적 압박 수단의 강화에서부터 대북 원유 수출의 완전 중단, 북한 정권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북한 발사 미사일에 대한 요격까지 기존 제재 수위를 뛰어넘는 다양한 대응책이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미국의 지나친 “군사화”를 우려하며 국방예산 삭감을 주장해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도 단호한 대북 대응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코브 전 차관보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트럼프 행정부가 서둘러야 할 우선 조치로 꼽았습니다.

또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채택했던 ‘대량보복 전략’을 거론하며, 차기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미국의 압도적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요격으로 맞서 미사일 방어체계 역량을 높이고, 북한의 관련 데이터 습득 기회를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고,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는 미국이 유엔에서 대북 원유 송출을 원천봉쇄하는 결의를 주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교체 카드를 대북 전략에서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회장은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핵 프로그램 동결과 평화조약 체결 가능성을 논의하면서도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등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적극적인 북한 정권교체 정책을 의제화해야 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 정권교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을 권하진 않지만 이를 테이블에서 내려놓지는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한국, 일본과의 굳건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동맹 강화를 한반도 정책의 우선순위로 꼽았습니다.

특히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게 미 행정부 교체로 미국의 동맹국 방어 의지가 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한 전제로 삼아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동맹국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한 육, 해, 공군 병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 미사일, 재래식 무기로 구성된 확장억제력(제공)을 단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한-일 세 나라 외교.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2+2+2’ 회담을 신설해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하고 한반도 통일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반면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북 핵 역량을 고려할 때 “동결” 논의만이 현실적이고 유일한 정책 대안이라고 밝힌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미사일 활동 “제한”에 대한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그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추후 중국을 상대로 추가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과의 “동결” 논의를 향후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과도 절차'로 간주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6자회담 전 차석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과 아무 조건 없이 탐색적 대화를 갖고, 북한이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는지 타진할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첫 단계로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 핵 물질 생산을 동결한 뒤 반대급부로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나 특정 미-한 연합군사연습 중단, 혹은 일부 제재의 해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협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과 윤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역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북 핵 동결 노력을 기울여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정책 제안에 포함된 또 하나의 중요 키워드 는 “인권” 입니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에 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미 의회가 북한인권 증진과 대북 제재에 초당적 입장을 보여온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의회와의 협력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입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미국 차기 정부가 한국 인권운동가들의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고든 창 변호사는 김정은 정권 아래서 인권 유린은 계속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주민들에게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핵과 미사일 협상은 대내외에 북한 정권을 강하게 보이게 하지만, 북한의 인도주의 범죄를 거론할 때마다 정권의 정당성이 훼손된다며, 북한인권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의제로 채택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차기 정부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국무부와 재무부 제재 명단에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북한 관리들의 이름을 포함시켜 실질적 처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VOA’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20명/무순)

·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에게 북한의 위협과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런 우려는 사실이다. 우선은 국무장관 아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 정책 팀의 정비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나는 대통령 선거 유세 중 트럼프의 한반도 관련 발언에 대해 무게를 두지 않겠다. 그런 발언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다른 주장과 마찬가지로 취임 이후 그가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별다른 지침을 주지 못한다. 나는 미국 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 자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북한 핵과 미사일 활동을 제한하는 합의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실패한다면-나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추가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강제하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갖고 있다. 미국 새 행정부는 새 대북 결의로 얻을 수 있는 이 같은 협상의 이점을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채택했던 대량보복전략(6.25전쟁에서 교훈을 얻은 미국이 앞으로 소련의 지원을 받는 도발이 제 3세계든 어느 지역에서든 또 다시 발생할 경우, 미국은 미국이 선택한 지역에서, 미국이 선택한 방법으로, 즉 핵무기를 동원해서라도, 대량 보복하겠다는 전략)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유엔이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의 알레포 공습을 비난하는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언급하고 북한 지도부의 자국민 처우 방식을 규탄해야 한다.

· 고든 창 변호사 (동북아 전문가):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모두 중국에 의존했지만 중국은 북한이 실질적 위협으로 떠오르는 데 가장 필요로 했던 “시간”을 제공했다. 미 새 행정부는 실패를 거듭한 접근법을 계속 적용하는 대신 “비용”을 높여야 한다. 유엔 결의 등을 위반하면서 북한 정권을 돕는 중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제재 형태로 말이다. 중국은 비용이 혜택보다 커져야 비로소 친북 정책을 바꿀 것이다. 북한의 김 씨 정권이 존속하는 한 인권 유린 또한 계속될 것이다. 김 씨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북한인들에게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고, 새 미 행정부는 한국 인권 운동가들의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 윤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즉각 북한을 비핵화시킬 수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엇을 성취하려고 할 것인가에 달린 문제다. 북한이 미 본토 공격 역량을 확보하는 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새 미 행정부는 우선 북한이 추가 실험을 중단/유예하도록 협상하고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 미 새 행정부가 압박과 관여를 균형 있게 적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 우선은 북 핵 동결 노력을 기울여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어 양측의 신뢰 회복 기간을 거쳐 북 핵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서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제기할 토대를 쌓을 수 있다. 관여를 위한 이 같은 기초가 마련되지 않으면 한반도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것이고 북한은 생존 가능한 핵 억제력 개발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연구센터 부소장: 트럼프 당선자가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의 안보동맹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는 고무적이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만나 미-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룰 것이라고 한 것 역시 희망적 소식이다. 나는 플린 내정자가 앞으로 북 핵 외에 다른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 전체에 총체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핵 문제에만 근시안적 초점을 맞출 경우 1994년 제네바합의 이래 상황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억지와 방어를 전제로 한 전쟁, 북한 정권의 붕괴, 인도주의와 인권 범죄, 북한의 비대칭 위협, 통일 등 5개 주요 시나리오에 대한 총체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여에 나설 것을 권한다. 북한이 이웃 나라 뿐아니라 미국을 공격할 핵 역량을 개발하도록 놔두는 것은 중국의 이해에도 위험을 끼친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에게 납득시키도록 말이다. 문제의 성격을 심각하게 바꾸게 될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중국과 효율적 정책 공조를 해야 할 때다.

· 앤드류 여 카톨릭대학 교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천명한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과 인권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또 제재가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데 별 영향을 못 미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가 없는 한 추가 대북 압박 또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북한이 트럼프 당선자를 떠보기 위한 시도를 하고 동결 등의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았다. 트럼프가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도록 시도하고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의 조율된 반응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트럼프 행정부는 미 행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미국의 동맹국 방어 의지는 변치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런 결의를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이 한국 방어 병력과 예산을 감축하지 말아야 하고, 충분한 육해공군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 미사일 방어, 재래식 무기로 구성된 확장억제력을 무조건 확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미국, 한국, 일본 외교. 국방 장관이 모두 참여하는 ‘2+2+2’ 회담을 창설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한반도 통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한-일간 위안부 합의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이행을 고무하고, 한국, 일본,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를 보다 포괄적인 미-일 간 방어 네트워크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한국에 요청해야 한다.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해 세컨더리보이콧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위협을 더해가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대응 전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전략적인내’ 정책 역시 분명한 실패였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방어 전략을 재고해야 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공중요격으로 맞서는 것이 하나의 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미사일 방어체계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성공적 요격이 이뤄지면 북한은 미사일 작동 여부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새 행정부는 또 한국과 함께 대북 전략 개발을 전담하는 합동 위원회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미국과 한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발을 좌초시킬 새롭고 실행 가능한 방안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이를 북한 정권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정권의 수많은 실패로부터 주민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거듭 부각시켜, 적어도 북한 고위 엘리트 계층에게 그런 인식을 주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약한 정권을 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내부 정치적 이유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 조셉 디트라니 미국 6자회담 전 차석대표: 미국의 새 행정부에게 북한과 아무 조건 없이 탐색적 대화를 갖고 북한이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는지 타진할 것을 권하고 싶다. 9.19성명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약속함으로써 안전 보장, 경제 개발 지원, 민간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경수로를 얻고, 핵 비보유국으로서 핵확산금지조약으로 돌아가는 약속과 더불어 최종적으로는 (미-북) 외교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탐색적 대화를 통해 이런 최종 절차를 구축할 수 있다면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논리적인 수순이다. 이후 북한은 첫 단계로 모든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핵물질 생산을 동결한 뒤 반대급부로 평화 조약 체결이나 미-한 연합군사연습 중단, 혹은 특정 제재의 해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는 모든 협상 당사국들이 취할 수 있는 초기 신뢰 회복 단계이다. 후속 대화는 9.19 공동성명의 세부 사항들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 뒤로도 북한에 안전 보장 등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많은 작업들이 뒤따를 것이다.

·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 강사: 미 새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회원국들의 대북 원유 송출을 완전히 중단토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라는 게 나의 제안이다. 중국이 대북 원유 제공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중단과 미-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1년간 중지하는 유인책을 중국에 제공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유엔이 위임하는 대북 원유 송출 중단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유일한 대북 제재 방안이다. 미국 새 행정부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강제수용소에 대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접근을 받아들이도록 유엔에 제안해야 한다. 미얀마에서 비슷한 전례를 찾을 수 있으며, 결국 미얀마의 새 헌법과 선거로 이어지는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다.

·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회장: 우선 2012년 미-북 간 2.29합의와 비슷한 시도를 해 볼 것을 제안한다. 북한은 당시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하며 16일 만에 합의를 깨버린 만큼 새 합의 역시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잠재성은 있다. 물론 현재로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지와 영변 재처리 시설의 동결 여부만 검증 가능할 뿐 영변 이외의 핵 시설 활동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 보다는 새로운 동결이 낫고, 이를 첫 발판으로 삼아 차후에 보다 구체적 검증을 포함한 비핵화 절차로 들어갈 수 있다. 새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남북한 간 대화와 동시에 추진해 관계 정상화를 향한 단계를 차례로 밟아 나갈 수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비핵화 대화와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 조약 관련 논의를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한은 한국과의 평화 조약 논의를 거부하고 있지만 남북간의 직접적 화해 없이 미-북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 행정부는 또 북한 경제를 붕괴 위기로 몰고 갈 정도로 금융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북한 정권 교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적극적인 정권 교체 정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의 생존과 성공을 김 씨 일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으나, 고위 관리들의 숙청 등을 목격하며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권 교체 정책이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공공연히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북한 정권에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는 중요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 행정부가 정권 교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테이블에서 내려놓지는 말아야 한다.

·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인권 문제 제기의 중요성부터 강조하고 싶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협상할 때마다 북한 정권을 대내외로 강하게 보이도록 만들지만, 북한의 인권 유린 등 인도주의 범죄에 집중할수록 정권의 정당성은 훼손되기 때문이다. 미국 새 행정부는 우선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확실히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고 미 국무부,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북한 관리들의 이름을 포함시켜 실질적 처벌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엔에서 북한 인도주의 범죄에 대한 강력한 결의안을 계속 지지하고 북한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움직임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과 공조하고, 유엔 관리와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인권 현장 실사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북한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과 학대 등 취약 계층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새 행정부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필수 조건으로 투명한 검증과 평가를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대북 정보의 내용과 유입 수단 개발에 투자하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 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정책에 대해 매우 낙관하고 고무돼 있다. 대선 기간 중 후보들 간 매우 부정적인 수사가 오갔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외교 참모 자리에 자유와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인사들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군사력 강화를 언급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미국이 강하고 선도적 지위를 차지했을 때 늘 자유와 기회를 세계 여러 나라에 확대 전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미국의 가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세계 도처에서 압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점이다. 또 미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선 일치된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 의회는 북한의 인권을 증진시키고 북한 정권에 제재를 가하는데 초당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초당적 협력의 좋은 기회로 여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동조해 온 중국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보다 훨씬 단호함을 보이는 점도 중요하다. 나는 인권 운동가로서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종말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 새로 진용을 갖출 미 정부 외교안보팀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어떤 관여에도 매우 신중히 접근하라고 조언할 것으로 본다. 또 경제 제재와 같은 보다 적극적 대북 수단을 활용해 북한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나가리라 예상한다. 오바마 행정부도 대북 제재를 여러 차례 발동했지만 문제는 개별 조항들이 아니라 이행 여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제재를 훨씬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게 나의 제안이다. 이를 위해선 동아시아의 동맹국들과 밀접히 공조하는 게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북한과의 불법 거래에 연루된 중국, 싱가포르, 아프리카 국가들의 은행과 위장 회사를 지목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005년 애국법 311조에 근거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북한 불법자금 세탁의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것처럼 북한 바깥에 있는 은행들을 다시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거듭 언급하지만, 60년 넘게 북한을 제어하지 않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현실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자금 세탁에 연루된 중국 은행을 미 재무부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북한 문제를 다뤄 본 경험이 있는 미국 관리들은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낄 것이다. 현재로선 의미 있는 협상으로 가기 위한 현실적 진로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진정 우려하는 게 무엇이고 정확히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북한에 이해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차기 미 행정부가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중국 안보를 훼손하고 결국 중국에 비용을 치르도록 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와 위협을 용납할 수 없고 이를 억지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이 셈법을 바꾸도록 하는 전략은 간접적 방안이긴 하지만 새 행정부가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북 수단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이 언급한 “동결” 제안은 별다른 대가가 없는 한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간다 해도 대가 제공 부담을 미국의 동맹국들이 떠안아야 할 뿐아니라 북한의 동결 이행 여부를 검증할 방법도 없어 또다시 북한 정권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결과로 귀착될 것이다. 늦었지만 고무적인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8년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비로서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적용하게 된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대북 거래와 관련 은행들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여지는 남아 있고, 이를 통해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고시키게끔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 역시 완전히 성공하긴 어려운 만큼 미국 새 행정부는 확고한 대북 억제력을 갖추고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매우 밀접하게 유지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국들이지 북한의 행동이 아니다.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 간 관계를 훼손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 해도 미국은 한국, 일본과 일치 단결해야 한다.

·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 동안 여러 모순되는 발언을 한 만큼 새 행정부가 어떤 한반도 정책을 추진할 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은 측근 인사들과 관리들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그는 스스로를 ‘협상의 해결사’로 간주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 상황에 적극적 관심을 보일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방식을 답습하거나 중국에 책임을 넘기는 대신 직접 북한 당국과 협상을 할 수도 있다. 이게 외교 대화가 될지, 보다 강력한 군사 태세로 연결될 지, 혹은 대폭 강화된 제재로 나타날지는 알기 어렵다. 트럼프 당선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몰라도 그가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한반도 문제를 우선 순위로 삼을 것으로 본다.

·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아직 어떤 판단도 내리기 이른 시기다.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까지 아직 두 달이 남았고, 대북 정책을 누가 주관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시간이 지난다 해도 새 행정부가 브루킹스연구소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의 조언과 제안을 구할지도 불확실하다. 현재로선 새 행정부의 인선과 정책 우선순위를 파악하면서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 트럼프 당선자가 당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를 했고 미국의 변치 않는 방어 공약을 확인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는 취지의 과거 발언을 부인했다. 새 미 행정부의 주요 당면 과제가 테러 방지이긴 하지만,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강경한 대북 입장을 밝혀왔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은 테러 세력과 한 묶음으로 취급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또 새 미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만큼, 러시아와 중국은 대미 관계와 협력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을 억제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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