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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숙 한국 유엔대사] “미국, 한국이 편하게 생각할 때까지 북한과 대화 안 할 것”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중단돼야 한다고 한국의 김숙 유엔주재 대사가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또 북한의 내부 사정은 “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고 1년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지난 2008년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이어 2009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거쳐 지난 4월 유엔대표부 대사에 임명됐습니다. 김숙 대사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김숙 유엔 대사님 안녕하십니까?

답)네, 안녕하세요

문) 먼저 한가지 축하드릴 일이 있습니다. 한국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1일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5년 연임에 성공했는데요. 후배 외교관으로서 소감을 좀 말씀해 주십시오.

답) 네, 후배 외교관으로서뿐만 아니고 국민 모두가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추천이 됐고, 또 192개국이 참가한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를 시켰기 때문에 우리 한국인뿐만 아니고 아시아에 있는 모두가 같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대한민국이 UN에 가입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 동안 되돌이켜보면은 매 5년마다 무언가를 우리나라가 했습니다. 첫 번째 5년이 되었을 때에는 우리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진출을 했고, 10년 차에는 우리가 총회 의장국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15년 차에 반기문 사무총장이 제 8대 사무총장으로 취임을 했고, 이제 20주년이 되는 해에 연임을 달성했습니다. 이것은 반기문 총장의 지난 4년 반에 걸친 업적과 지도력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것에 덧붙여서 그러한 훌륭한 사무총장을 배출한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많은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 게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정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강한 위임(mandate)을 받고 제 2기를 이끌어나가는 반기문 총장님의 제 2기 아젠다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가를 하는 것들을 많이 도와주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봅니다.

문) 북한은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백두산 화산 연구를 공동으로 하자는 등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했는데요, 최근에는 갑자기 대남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북한이 왜 이렇게 180도 태도를 바꾼 것일까요?

답) 글쎄요. 그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매번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지난 수십 년간의 패턴을 볼 때, 긴장을 유발했다가, 벼랑 끝 전술로 나가다가 도발을 감행하고, 다시 급작스럽게 대화로 돌아왔다가 다시 또 이제 긴장을 유발하는 그러한 패턴을 보여왔는데 북한 스스로가 불리한 상태다, 또는 취약한 위치에 있다라고 판단을 내릴 경우에는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외부세계에 대한 적대감 또는 내부 통제 강화 이런 것들을 통해서 이제 사회를 단속해오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 수뇌부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 대신 내년에 등장 할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과 상대하겠다”는 것이 아닐까요?

답) 최근에 상황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북한이 양면성을 가지고 총공세 속에서도 대화를 요구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내부를 본다면은 그렇게 뭐 1년 이상을 아무 얘기 없이 기다릴 만큼의 여유가 있지도 않고, 시간이 그렇게 북한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촉박하기 때문에 북한이 완전히 지금부터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내년, 후년을 기다리겠다 그렇게까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문) 방금 시간이 북한편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시죠.

답) 북한 스스로가 내년이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라고 하는데,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북한이 얘기하듯이 권력 세습, 권력 승계 문제가 있겠고, 또 경제적으로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제 북한이 처해왔던 경제난을 타파를 해야 하는 데, 이런 모든 것들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 북한에서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외부로부터의 지원이나 도움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지금 현재 북한이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만 가지고 되겠는가? 궁극적으로 북한을 도와줄 나라는 한국과 국제사회라는 측면에서 북한이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문을 닫아버릴 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닐 거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 김숙 대사님은 30년 이상 외교관 생활을 하셨는데, 북한이 최근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그게 이제 집단으로서의 북한의 심리가 매우 불안정하고 때로는 좀 히스테리컬한 반응이라고 보여지는데, 이러한 비생산적이고 비건설적인 적대적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해왔던 남북관계에 있어서 진정성 있는 태도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폭로나 이런 태도는 앞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있어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3단계 대북 접근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강경한 자세로 1단계 남북대화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만은 물 건너갔다라고 하는 표현은 좀 시기상조가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남북한간에 궁극적인 긴장완화, 그리고 나아가서 북한의 비핵화라고 하는 아주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쉽사리 무엇인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 미국의 존 케리 상윈 외교위원장은 최근 로스엔젤레스타임스 기고를 통해 6자 회담 대신 미-북 직접 접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한-미간에는 아시다시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단기적인 로드맵이 있습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서도 확인을 했습니다만은, 남북대화가 우선이고 그에 따라서 미북 대화 그리고 이제 6자 회담이라든지 비핵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최근에 지난주에도 확인을 했고, 그리고 미국은 한국이 편안하게 생각할 때까지는 북한과의 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그런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문) 미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따라 2년 째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의 이행 정도를 %로 표현하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답) 대북 제제 이행 정도를 %, 수치화 해서 한다는 것은 수치화의 어려움도 있겠습니다만은 또 한가지는 대북제재가 그 자체가 목표나 목적이다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는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에 길로 나서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압박 외교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로 표시하는 데에는 저는 좀 주저함이 있고, 그 대신 북한으로 봐서는 이러한 국제 사회의 제재에 대해서 매우 불편해하고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문)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있어서 중국의 협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국은 아시겠지만,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일원이고 또 지금 정체 되어 있습니다만, 그 동안 6자 회담의 의장국으로써 동북아나 한반도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안보리 또는 6자 회담에 있어서 필요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그 동안 수행해왔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이제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을 개별 나라가 제재를 이행하는 데에 있어서는 자신의 외교정책 자신의 판단 이런 것들이 개입이 돼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모든 나라가 똑 같은 제재를 수행하지는 않는다는 측면에서 가끔 섭섭한 생각이 든다라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만은, 저로서는 중국이 충실하게 제재에 동참을 해서 이행을 하고 있다고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문) 만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영변으로 복귀시킬 경우 6자회담 이 재개될 수 있을까요?

답) 만일이라고 말씀을 했습니다만은, IAEA 사찰관을 영변으로 복귀 시킨다는 것은 확실히 북한측으로 봐서는 긍정적인 조치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6자 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충분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자 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재개되기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한데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어떠한 행동, 조치로 나타날 것인가 그것은 뭐 북한이 여러 가지로 표현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관련국들과 협의를 해야겠습니다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진정성이 있는 비핵화 의지냐 아니냐 이런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 그럼 그 진정성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뜻하시는 건가요?

답) 그것도 포함을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유일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것도 진정성을 나타내기 위한 좋은 표시라고 생각이 됩니다.

문)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데요, 지금처럼 우라늄 농축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6자 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까요?

답) 예, 2002년 이래에 북한이 줄곧 부인해 온 것을 스스로 거짓으로 만들었는데,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고 이를 위해서 진정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있다면 우라늄농축(UEP)든 플루토늄이든 핵을 계속 가동하면서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자기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당장 중지를 하고 모든 핵활동을 즉시 중지를 하고 우리가 제안한 비핵화, 남북 대화의 호응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 작은 것이긴 합니다만, 북한도 유엔에 대표부를 운용하고 있는데, 유엔 대사로 근무하면서 북측 외교관들과 만나서 대화하실 계획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답) 일반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외교라는 건 대화와 협상 그리고 중재 이러한 것들입니다. 결국은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은 세계 어디에 있는 우리나라 외교관들이 북한 외교관들이나 정부 당국을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저도 그러한 생각과 자세를 가지고 가겠습니다만, 그러나 모든 것은 백지장도 맞들어야 되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얼마만큼 우리의 그러한 대화에 진정성 있게 호응을 해오느냐 그런 것들로 귀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 오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김숙 유엔주재 대사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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