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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정은 후계체제] 김정은 보폭 넓히는 후계 행보


북한에서는 지난 해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등장했습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아버지인 김 위원장에 비해 상당히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김정은 체제가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떻게 나아갈지 정치와 경제 부분으로 나눠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정치 부문을 전해 드립니다.

북한 주민들은 1-2년 전부터 김정은을 사실상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해 말 탈북한 한 북한 주민은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같이 밝히고, 올해부터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을 명절로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2009년부터 김정은의 위대성과 노래가 나오고 올해부터 김정은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인민들이 쉴 수 있다는 방향도 나타나구요. 김정은이 아버지 옆에 서서 인민군 현지 지도도 하고 공장 기업소도 돌아다니니 어쨌건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아들인 건 분명하니까요.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한 한 해외 인사는 외부 인사에게 공개되는 북한의 선전화보에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의 사진이 나란히 같은 크기로 실려 있었다며,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이 현재 북한 내부에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지난 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며 공식 등장한 이후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로서 국정 장악의 보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 18일 국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정책 관여의 폭을 확대하고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적극 수행하면서 후계자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해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북한 주민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외교 석상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입니다.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은 자신이 준비해온 선물을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동지에게 드리면서…

또 당 대표자회 이후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뒤에 호명되던 김정은은 올 2월부터는 김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입니다.

당과 군대의 책임일꾼들인 김정은 동지 리영호 동지 김기남 동지 최태복 동지 홍석형 동지…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후계 수업을 받으면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내외 정책결정 과정에 상당 부분 참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형식적으로 김정은에게 많은 권력이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부자가 사실상 이중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독자적인 세력기반을 만들진 못했어도 여러 실무적인 일을 담당하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고 보여집니다.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신진세력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과 나란히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군 서열 1위’가 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당 비서로 기용된 김영일 김양건 문경덕 김평해 등은 50-60대로 북한 권부 내에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합니다.

또 고 김일성 주석과 함께 빨치산 활동을 했던 혁명 1세대 자제들인 오일정과 오금철, 최용해, 황병서 백용천도 군과 내각의 주요 자리에 기용됐습니다.

이들은 김정은으로의 후계 구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한편,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입니다.

김정은 시대를 대비한 인사 조치로 친위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층부 권력 엘리트들은 지난 해 9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부자에게 충성 맹세를 했고 그 밑에 부부장, 국장 과장급 인사도 점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25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 참석한 한국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말입니다.

현인택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물려받던 90년대 초반보다 현재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이 훨씬 더 불안정하다며 현대사에 유례없는 3대 세습을 단행한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아직 김 위원장의 후광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후계 체제 안착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가중되고 있는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도 후계 안정화에 커다란 걸림돌입니다.

일각에선 당초 김정은의 고위직 진출 여부가 주목됐던 제 12기 4차 최고인민회의가 김정은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끝난 것도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치적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김연수 교수입니다.

경제 사정과 관련해 주민들과 권력층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계 세습을 좀더 부드럽게 가져가고자 하는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북한은 북 핵 6자회담을 열자며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한국에 대해서도 고위급 군사회담에 이어 적십자 회담, 백두산 접촉 등을 잇달아 제안하는 등 외부 지원을 얻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후계 안정화를 위해 주민 단속과 체제 결속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공식 등장하면서 국경 단속을 비롯해 휴대전화 사용자나 탈북자 가족에 대한 통제도 대폭 강화했다며 탈북을 하고 싶어도 무서워서 엄두를 못 내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 북한 주민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강성대국 진입 원년인 내년에 배급이 정상화된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그렇다고 믿는 주민들이 별로 없다”며 “대장동지가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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