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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미라 보존…시대착오”


북한이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동상과 영생탑도 세우는 등 사후 우상화 작업에도 착수했는데요,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특별보도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을 금수산기념궁전에 ‘생전의 모습으로 모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런 발표는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시신도 미라로 만들어 유리관 속에 넣어 영구 보존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시신을 미라로 만든 것은 옛 소련이 처음입니다. 1924년 공산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이 사망하자 소련은 레닌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었으며, 이후 중국은 마오쩌둥, 베트남은 호치민의 시신을 각각 미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의 시신을 모두 미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는 것은 역사상 북한이 처음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승철 씨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현대사회에서 부자지간에 미라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참 황당하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조지 워싱턴 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는 소련은 레닌을 존경하는 뜻으로 시신을 영구 보존하는 반면 북한은 김정일을 신격화 하기 위해 미라로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 전문가를 불러 김정일의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비용은 약1백만 달러에 달하며, 이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매년 80만 달러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시신을 영구 보존하는 외에 그의 생일인 2월16일을 ‘광명성절’로 지정하는 한편 전국 각지에 동상과 영생탑, 그리고 초상화인 태양상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나라에 이르는 곳마다 그의 동상과 영생탑을 세워서 그의 혁명 업적을 만대에 전해지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자 김은호 씨는 북한 관영매체가 전한 반응은 북한 주민들의 본심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사후 영생탑을 만든다, 미라를 만든다, 말이 많은데 주민들은 이런 것은 위에서 하든 안하든,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북한은 전세계에서 정치 지도자의 동상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평양의 중심부인 만수대 언덕에 높이 23m의 거대한 김일성 동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만 개가 넘는 동상과 영생탑, 그리고 각종 기념물이 있습니다.

또 각 가정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게다가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은 물론 사진을 찢거나 훼손하는 일은 중범죄에 속합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보다 정치 지도자의 동상을 세우고 묘지를 성역화 하는데 더 많은 신경과 돈을 쓰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그의 집무실을 금수산기념 궁전으로 만들고 일대를 성역화했습니다. 금수산기념궁전은 총부지가 3백50만 평방미터이며, 앞에 있는 광장은 20만 명이 운집할 수 있는 10만 평방미터에 달합니다. 북한은 이 건물을 짓기 위해 화강석 70만 개를 가공했고, 관람객을 위한 특별 궤도전차까지 설치했습니다.

탈북자 김승철 씨는 북한 당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 금수산 기념궁전을 짓는 사이에 수많은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 시신을 보관하는 금수산 기념궁전을 짓느라고 한8억9천만 달러가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돈이면 당시 가치로 옥수수를 3백만t 살 수 있었거든요. 그랬더라면 당시 수백만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또 지금 저렇게 한다는 것은…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은 김정일을 미라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발표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는 21세기에 미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과거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에서 죽은 지도자를 기념하는 많은 동상과 기념물이 세워졌지만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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