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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 특구법 제정…현대아산 독점권 제한


북한은 2일 금강산 관광에 대한 독자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관광특구법 채택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외자 유치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 경제난을 타개하고, 한국 측의 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독자적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을 새로 채택했다고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달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령을 발표했다며, 지난 2002년 현대그룹과 합의한 금강산관광지구법과 시행 규정들은 효력이 상실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 4월8일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29일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를 신설해 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 측과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태에서 독자적인 외화벌이를 통해 경제난을 덜어보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오래 중단되다 보니 북한 입장에선 절박한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 한푼의 달러라도 필요한 거고, 그런 차원에서 외국 투자 기업들이 금강산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8월 금강산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피격돼 숨진 이후 관광이 중단되자, 금강산 지역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개방해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새로 만든 특구법에는 ‘다른 나라 법인, 개인 등이 투자할 수 있다’ ‘국가는 특구에 대한 투자를 적극 장려하며 투자가들에게 특혜적인 경제활동 조건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이와 함께 숙박, 식당, 상점은 물론 카지노와 골프장 등의 시설에 투자할 수 있으며, 인터넷과 전화, 우편 등의 통신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홍익표 겸임교수는 현대 측의 관광시설을 사용해 외국 관광객들을 받거나 현대가 투자하지 않은 일부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 형식으로 해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남측의 기관과 단체도 투자할 수 있다’, ‘남측 동포도 관광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해, 남측과의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여지도 남겨두었습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해외투자 유치가 제대로 이뤄질 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현대그룹을 압박해 남측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이번 발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사실을 전격 공개하며 한국 정부를 비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남 압박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한국 정부의 강경정책으로 남북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이 파탄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현대아산의 독점권이 북한 법이 아닌 북한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맺은 계약에 따라 보장된 만큼, 이번 법 채택이 현대아산의 독점권 폐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이 법 자체가 당장 현대아산의 사업권을 제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에 따라 보장된 게 아니라 현대아산의 계약에 따라 보장된 거니까 앞으로 다른 사업자들과 북한이 어떻게 계약하느냐 하는 계약 내용을 봐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신변안전 보장 강화 등을 비롯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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