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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무산일기’ 박정범 감독] “한국 정착 어려움 겪는 탈북자들에게 따뜻한 시선 비추고 싶었다”


영화 '무산일기'의 한 장면

영화 '무산일기'의 한 장면

최근 국제 영화계에서는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을 주제로 한 영화 한 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의 박정범 감독이 만든 ‘무산일기’인데요.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과 함께 많은 상을 받았고, 얼마 전 미국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도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은 미국을 방문 중인 박정범 감독을 전화로 연결해서, ‘무산일기’가 어떤 영화인지, 또 어떻게 탈북자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게 됐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문) 지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계시죠?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하신 겁니까?

답) 네,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신인감독 부문 경쟁 부문에 올라와서 오게 됐습니다.

문) 축하드릴 일이 많은데요. 얼마 전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도 신인감독상을 받으셨고요. 영화 ‘무산일기’가 실제로 남한에 정착했다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탈북자 친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유수한 영화제에서 큰 상들을 받으셨는데, 우선 소감이 어떠신가요?

답) 많은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서 다양한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뜻 깊게 생각하구요. 그리고 수상하면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전승철’이란 친구에게 빚을 갚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 전승철이라는 친구가 바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북한 출신 친구죠? 영화 제목이 무산일기인데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어떤 영화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답) 네, 무산일기는 함북도 무산 출신의 탈북자 분들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서 만든 제목이었고요. 그 분들이 남한에 넘어와서 남한에의 초기 정착 생활을 그린 영화입니다.

문) 정착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담은 거죠?

답) 여기 넘어와서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그리고 남한에 있는 교회에 다니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사랑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정착금을 가지고 돈을 벌면서 북한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브로커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요.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고 사기를 치고……. 어쩌면 그들의 세계, 탈북자 분들의 어두운 현실을 그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전부는 아니고요 제가 봤던 아쉬운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문) 사실 그 동안 탈북자 관련 영화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많은 영화들이 특히 탈북 과정, 탈북 과정들이 극적이니까요,을 많이 다뤘는데, 박 감독님은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에 초점을 맞추셨거든요? 왜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셨나요?

답) 제가 만난 탈북자 분들은 북한에서도 높은 계급에 위치하지 못했던 분들입니다. 집단 농장에서 일하시거나 하던 분들이 대다수였는데요. 그런 분들이 넘어와서 결국에는 또 다시 가난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가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슬프게 바라본 현실이었고요. 그러면 이 분들의 현실을 알리고,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은 우리의 문제,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되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문) 무산일기가 박 감독님 장편영화 데뷔작이시죠? 이전에도 탈북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들을 찍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의 중심에 전승철이라는 아까 말씀하신 탈북자 친구가 있고요.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개인적인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답) 그 친구는 사실 제 학교 후배였고요.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과는 달리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열심히 사는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요.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다른 사건들은 탈북자 분들의 이야기지, 전승철 개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승철과 전승철을 통해 만나게 된 형들과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 분들의, 일상 속에서 행복해지려고 하지만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이들에게 접근해야 되고, 또 이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문) 영화에서 직접 감독도 하시고 각본도 쓰시고 또 주연으로 탈북자의 연기도 하셨거든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삶, 또 여러 명의 탈북자들을 관찰하고 지켜보셨을 텐데, 한국 사람으로써 탈북자들의 어떤 점들이 좋게 보였고 어떤 점들이 제일 큰 문제로 느껴지셨나요?

답) 넘어오신 분들, 탈북자 분들께서 생활력이 상당히 강하십니다. 자긍심도 있으시고, 그리고 다들 열심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부단한 애를 쓰는데요. 북한 사회와 남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차이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럴 때에 우리가 좀 더 이 분들에게 따뜻한 시선이라고 할까요? 이 분들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 주고 감싸주면서 좀 더 기다려 주고, 우리 이웃이라는 느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짧은 시간 동안에 동정과 연민만 베풀다가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 영화 무산일기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탈북자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평이 많은데요. 또 이 영화를 아까 말씀하신 대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분들이 보셨거든요? 그런 분들이 바라보는 영화에 대한 평가, 또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던가요?

답) 탈북자 분들의 현실이 이렇게 답답하고 암울하다는 것을 해외 분들은 처음 보시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것이 탈북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나 가지고 있는 이주 노동자 문제,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잘 돌봐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면서요.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 번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 비단 탈북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이주자, 또 하층민들의 공통된 고민들을 담고 있는 거군요. 마지막으로요 이번에 탈북자를 주제로 한 영화, 아주 가까우셨던 탈북자 친구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탈북자 영화로 많은 좋은 평가를 받으셨고, 계속 상을 받고 계시거든요? 이번 영화를 통해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소명감 같은 것이 생기지는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떠세요?

답) 우선은 탈북자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 라는 생각 보다는, 승철이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몇 개 더 있는데요. 사실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저와 승철이 가족 분들에게 슬픈 사연들이 많기 때문에 만드는 게 쉽지는 않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한 번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바로 당장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 다음 영화 계획은 어떠세요?

답)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 찍을 예정이고요, 지금은 시나리오를 고치고 있습니다.

문)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박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답)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자를 주제로 한 영화 ‘무산일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의 박정범 감독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근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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