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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일본 총리, 한국 식민지배 사과 담화


간 나오토 (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백 년을 맞아 오늘 내각회의를 거쳐 한국에 대해 사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간 총리는 담화에서,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문) 먼저, 오늘 발표된 간 총리의 담화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답) 간 총리는 오늘 한-일 강제병합 1백 년을 맞아 내각회의를 거쳐 발표한 담화에서, “정확히 1백 년 전의 8월, 일-한 (한-일) 병합조약이 체결돼 이후 36년에 걸쳐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다”면서 “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간 총리는 이어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스스로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것에 솔직하게 임하고자 생각한다”면서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으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은 일본 정부가 1995년 무라야마 총리가 종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부터 반복해서 사용해온 것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2005년 8월15일 전후 60년 담화에서 같은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간 총리는 담화 발표 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자신의 담화가 진심어린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앞으로 1백 년 간 한-일 관계가 확실하게 미래를 향해 발전할 수 있도록, 또 그 것이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일치했다는 설명입니다.

문) 이번 담화는 말로만의 사과가 아니라 그동안 일본 정부가 보관해오던 조선 왕실의궤 등의 도서를 반환한다는 실질적 내용도 포함돼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는 담화에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 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문화재협정에서 일부 강탈 문화재를 돌려준 뒤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의 문화재 반환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간 총리는 또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인 일한(한일) 관계를 구축해갈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실시해 온 이른바 재(在)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 반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일 양국은 21세기에 있어 민주주의 및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하며 긴밀한 이웃국가가 되었다”면서 “이는 양국 관계에 그치지 않고 장래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염두에 둔 지역의 평화와 안정, 세계경제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핵 군축과 기후변화, 빈곤, 평화구축 등과 같은 지구 규모의 과제까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폭넓게 협력해 지도력을 발휘하는 파트너 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문) 간 총리는 담화 발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강조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담화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정치 분야에서도 좋은 형태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습니다.

간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병합 1백 년이라는 전환점을 맞아 이제까지 1백 년을 돌아보면서 반성할 점은 반성하고, 이제부터 1백 년의 길을 함께 걸어간다는 마음으로 담화를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간 총리는 또 “문화 교류를 중심으로 한 일-한 교류가 양국에 플러스 (도움)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정치 분야에서도 이번 담화를 계기로 좋은 형태로 발전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 등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접국끼리 협력함으로써 세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세계의 큰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정세에서 일-미-한 3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구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문) 간 총리의 사과 담화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답) 일본 언론들은 간 총리의 한-일 강제병합 1백 년 담화와 관련해, ‘통절한 반성’과 ‘식민지 지배가 한국 민족에 상처를 줬다’는 내용을 부각시켰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총리 담화는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특징으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와 2005년의 고이즈미 담화가 아시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과 대조된다”면서 한국의 광복절인 15일 이전에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한국 측의 전향적인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과거를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아시아 국가의 신뢰를 회복해서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국익에도 결코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 담화의 배경에 대해 “민주당 정권의 아시아 중시 자세를 내외에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한국과의 관계 강화로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존재감을 높여서 중국과 핵.미사일.납치 문제 등을 안고 있는 북한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언론은 이번 총리 담화로 개인보상과 청구권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전제 하에서 이번 담화가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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