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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 보기]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 협력보다 갈등 구조...한국 외교 중대 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양국 사이에 ‘협력’보다는 ‘경쟁’ 기조가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최우선시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초기 경제와 무역,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에 공세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박병광 동북아전략연구실장]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적대적입니다. 당장은 ISIS를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도 선거 기간 오바마의 ‘재균형 정책’을 비판했지만 이는 재균형 정책의 포기가 아닌 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와 개입을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식이나 네이밍은 바뀔지 모르겠지만 트럼프가 아태지역에 대한 개입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포기한다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의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4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입니다.

[녹취: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철저한 사업가로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와 지적 재산권 문제,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약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선거 전 중국 내에선 원칙을 따지는 힐러리보다 트럼프를 상대하기 쉬울 것이라고 좋아했을 수 있지만 트럼프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중국이 미국의 국익을 잠식한다고 판단할 경우, 특히 통상 면에서 피해를 준다면 상당히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설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 어바인대학 교수를 임명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나바로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모두가 다 함께 중국이라는, 탐욕에 눈이 먼 용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동시대는 물론이고 미국의 후손들의 삶도 빈한해지고 위험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행보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일정 기간 양국 간 갈등과 기싸움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핵심’ 칭호를 받으며 위상이 강화된 시진핑 주석도 국내정치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강한 중국’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선포하는 19차 당 대회가 열리고,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자국의 첨예한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 쉽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수 없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재흥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재흥 연구위원] “올해의 경우 중국에서는 19차 당 대회가 열리고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정치국 상무위원이 새로 선출되는 해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행보를 볼 때 올해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1인 지배체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진핑 주석으로선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위해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고 미국과의 경쟁 갈등 구조 속에서 최고지도자로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 수호를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에 단기적으로 갈등이 높아질 경우 양국의 최고 지도자 모두 국내정치적 문제로 물러서기가 어려운 만큼, 양국이 위기를 관리하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할 충돌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중 간 이 같은 갈등 구도는 한국 외교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의 경우 미-중 양국과 안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미-중 간 갈등의 파고가 클수록 그에 따른 충격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내 정치경제적 난제들에 직면해 있는 미-중 양국이 가능한 한 비용이 많이 드는 전면적 대립은 피하는 대신, 상호 세력권 확장과 동맹국을 통한 ‘대리 견제와 대응’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이 경우 북 핵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한국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심각하게 미-중 사이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동덕여대 이동률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동률 교수] “중국이 틈새 기간에 아시아에서의 세력을 확장시키려 할 경우 미국 내 정통 공화당 주류 세력들 사이에서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그럴 경우 미국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들에 대한 역할 부담을 많이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시대 격화될 미-중 경쟁 속에 미국과의 동맹을 견고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관리하는 고난도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 전망과 한반도에 대한 함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는 상호 ‘전략적 불신’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지역별, 사안별로 국가 이익을 둘러싼 전략적 갈등과 협력이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고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트럼프 시대 미-중 사이의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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