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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혼율 급증 - 사회문제화


이란에서 이혼하는 부부가 크게 늘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일인데요,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결혼생활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문) 이란 가정의 이혼, 얼마나 늘어난 겁니까?

답)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년 사이에16%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란은 회교력을 사용하고 있어서 3월이 그 해의 마지막 달인데요,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동안 그 전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오른 겁니다. 반면에 결혼 건수는 1%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문) 새로 결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이혼하는 사람은 크게 늘고 있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결혼과 이혼 신고를 받고 있는 행정기관에 가면 상황이 어떤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행정기관은 지난 5월, 70건의 이혼 신고를 접수한 반면 결혼 신고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그 다음달 에도 이혼 신고는 60건 결혼 신고는 1건이었습니다. 테헤란 북부지역은 부유층들이 많이 살고 있어 분위기가 더 개방적이고 서구화돼 있기 때문에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문)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서 갑자기 나타난 겁니까?

답) 아닙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이혼 부부가 5만 쌍 정도에 머물렀지만 2010년에는 15만 쌍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혼 건수가 3배 정도 증가한 거죠. 전국적으로 보면 7쌍의 부부 가운데 1쌍이 이혼한 셈입니다. 수도 테헤란은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4쌍 가운데 1쌍 이상이 이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란에서 이혼이 법으로 금지된 건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혼이 갈수록 늘어나자 결국 이란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혼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그 동안 공식 지정됐던 ‘결혼의 날’을 ‘이혼 없는 날’로 이름을 바꾼 건데요, 이 날은 원래 이슬람 시아파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인 이맘 알리와 무하메드 예언자의 딸 파테메흐 알-자라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입니다. 이란 법무부는 ‘이혼 없는 날’만큼은 이혼 허가서를 발급해 주지 않겠다는 포고령을 내렸습니다.

문) 이란 사회에서도 이혼 문제에 관해서 논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보수층은 이혼문제를 마약중독이나 매춘만큼 심각한 사회악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위 관리들과 국회의원들은 이혼문제를 위기 혹은 국가적 위협으로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생활비가 오른 반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부부가 많아지고 결혼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보수층은 젊은이들의 신앙심이 약해지고 서방세계의 불건전한 문화가 유입된 탓이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 아니냐, 이런 얘기인 거 같군요. 그런데 이혼을 하게 되면 보통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피해를 더 많이 입지 않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이슬람교 국가인 이란에서는 여성들이 주변의 손가락질을 당하기 싫어서 이혼한 사실을 숨기고 사는 일이 많습니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원하지 않았던 결혼, 더 이상 참고 견딜 수 없는 결혼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란 여성들 사이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결혼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나 직업 문제에서도 여성들의 생각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문) 여성의 경제적 지위하고 이혼이 어떤 관련이 있는 건가요?

답) 남편의 수입에 의존하던 여성은 이혼을 하면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지기 마련이지만 직장이 있거나 직장을 구할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란 정부의 공식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직장을 구하고 있는 여성들이 전체의 20%에 이릅니다. 7%에 불과했던 80년대 초에 비하면 상당히 많아진 거죠. 대학 재학생들의 성비 분포도 여성이 남성의 2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 이란이 이슬람국가인 만큼 이혼 절차가 간단치 않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이란의 이혼 법을 보면 남편은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고도 몇 주 안에 이혼 허가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충분한 사유를 제시해도 이혼 허가를 받는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아주 불리하게 돼 있는 거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일종의 결혼 보험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이혼할 경우 일정한 액수의 위자료를 남편이 부인에게 주겠다고 결혼 전에 약속해야 합니다. 이 위자료를 안받을 테니까 이혼에 합의해 달라고 여성들이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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