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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아프간 대통령에 비자금 전달


이란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카르자이 대통령이 직접 이를 시인했는데요. 이란의 노골적인 아프간 관여 정책을 바라보는 미국의 심기가 영 불편해 보입니다. 아프간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짚어 보겠습니다.

문) 이게 원래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이잖아요. 이 문제로 시끌시끌했죠? 특히 미국에서요?

답) 파장이 컸죠. 이란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정기적으로 비밀 자금을 전달해 왔다, 이게 기사의 핵심이었습니다. 그 최측근이란 사람은 다우드자이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거구요. 다우드자이 비서실장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헛소리’다,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일축했습니다.

문) 그런데 정작 카르자이 대통령은 그래 돈 받은 거 맞다, 바로 인정해 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문제의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요. 하지만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을 다 인정한 건 아니구요. 카르자이 대통령의 항변 들어보시죠.

“The cash payments are done by…”

의혹을 불러 일으킬만한 비밀 자금은 아니고, 원조 형태로 투명하게 전달됐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문) 부인할 줄 알았는데 바로 인정해 버렸네요. 의혹을 제기한 뉴욕타임스 기사가 워낙 구체적이라 그랬을까요? 좀 의외에요.

답) 지난 23일 나온 뉴욕타임스 기사,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듯 아주 생생합니다. 지난 8월 카르자이 대통령 일행이 이란 방문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 마지막 탑승객을 기다립니다. 그 마지막 탑승객, 바로 페다 후세인 말리키 아프간 주재 이란 대사를 가리킵니다. 늦게 비행기에 오른 말리키 대사가 카르자이 대통령의 비서실장 옆에 앉구요. 유로화 지폐가 가득 찬 비닐봉지를 건넵니다. 상당히 묘사적이죠?

문) 정말 그렇네요.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거액의 돈을 그것도 비닐봉지에 담아서 전달한 건데, 물론 그냥 줬을 리는 없겠구요. 그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이 뭘까요?

답) 뉴욕타임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카르자이 대통령과 다우드자이 비서실장이 이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래서 아프간 의회 의원과 부족 지도자, 탈레반 지도부에게 전달했다, 이런 식의 얘깁니다. 물론 정권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겁니다.

문) 이란 입장에서 보자면 아프간 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당연히 있겠구요.

답)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이란의 영향력이라는 게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아주 불쾌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아프간과 미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목적이 있겠구요. 또 아프간과 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관계도 서먹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도 다분하다는 거니까요.

문) 돈으로 아프가니스탄 지도부를 뒤흔들 목적이었다… 돈은 얼마나 줬답니까?

답) 그 부분은 뉴욕타임스의 주장과 카르자이 대통령의 해명이 조금 다릅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관리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요. 이란이 두 달에 한번 정도 1백만 달러에서 2백만 달러 정도 줬다, 많이 줄 때는 6백만 달러까지도 썼다, 이런 증언을 했습니다.

문) 카르자이 대통령은 그 정도까진 아니라는 건가요?

답) 예. 규모가 빈도가 거기에 못 미칩니다. 이란이 돈 준 건 맞는데 1년에 한 두 번 받았다, 금액도 70만 달러에서 97만5천 달러 선이다, 이 정도에서 선을 긋고 있습니다. 돈을 준 목적도 영향력 행사와는 거리가 멀고 공식적인 대통령 경비 지원 차원이었다, 이런 주장입니다. 투명한 지원이었고 따라서 문제삼지 말라는 겁니다.

문) 문제 삼는다면 주로 미국 쪽에서 그럴 텐데, 글쎄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는 차원에선 미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답) 사실 그 부분과 관련해서 카르자이 대통령이 흥미로운 얘길 했습니다. 아예 작심하고 한 말 같은데요, 이란뿐 아니라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에 돈 주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들어 보시죠.

“The United States is doing the same thing…”

이란이나 미국이나 피차일반인데 뭘 그러냐, 이 문제를 파헤친 뉴욕타임스를 향해 이런 훈계까지 했습니다.

문) 아프가니스탄 지도부에 이란도 돈을 줬고 미국도 돈을 줬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말마따나 그럼 마찬가지 아닌가요? 어차피 자국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답)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란의 비자금 제공에 대해선 미국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란이 가령 아프가니스탄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공식적으로 자금 지원을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런데 돈을 굳이 비닐봉지에 담아서까지 몰래 주고 받아야 되겠냐, 검은 돈이 오가면서 자칫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란의 내정간섭으로 이어질 소지가 많다, 이런 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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